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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만일 당신의 이성 친구가

정말로 남들이 다시 돌아볼 정도로 추남이거나 추녀라면 어떨까요?

 

주인공의 엄마는 못생겼다.

아빠는 단역배우였다가 어느날 유명 배우가 되고 나서 엄마와 주인공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주인공은 아빠의 외모를 닮아서일까? 잘 생겼고 여자들로부터 애정공세도 받는 인물이다.

그런데 엄마에 대한 연민이 작용했을까?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상상 속의 여자라는 사실.

 

못 생긴 그녀는 이야기를 한다. 오늘.....사람이 많았는데......부끄럽지 않았나요?

얼마나 힘든 일일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야하는 이 못생긴 여자는 괴롭다.

 

“못생긴 것들은 집밖에 돌아다지니 못하게 법을 만들어야 해!”

지나가는 사람이 무심하게 던진 이 말은 얼마나 심한 모욕적인 말인가. 이 말을 듣고 남자는 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를 지켜보는 여자의 심정을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이 미친 외모 지상주의사회에서 말이다.

 

저는 당신에게서 도망친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당신을 보고 싶어하는 나라는 여자에게서 도망을 친 것입니다. 떠난다. 결국.....

두 사람이 맺어지지는 않지만 결론은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쓸쓸하다.

 

아마도 이런 소리때문이었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영웅을 필요로 한다. 잘 좀 살아, 피리를 불 누군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스타를 내세운다. 좀 예뻐져 봐 , 피리를 불어주세요. 더 멋지게 피리를 불어주세요.

더 예쁘게 쫒고 쫒기는경쟁은 그 뒤에서 시작된다. 서로를 밀고 서로를 짓밟는 경쟁은 그 뒤에서 일어난다.

 

유럽에서 재회하여 나눈 대화 중에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런 면에서 제가 한국에서 겪은 일들은 매우 야만적인 것이었어요.

야만이죠. 아름답지 않으면...화장을 하지 않고선 외출하기가 두려운 사회란 건요.

총기를 소지하지 않으면 집 밖을 나설수 없는 사회란 거예요. 적어도 여자에겐 그래요. 지극히 야만적인 사회였어요. ”

 

읽는 내내 무척 쓸쓸했다. 읽은 시기가 가을과 겨울 사이여서 더 그랬을까?

중간 중간 쓸쓸한 문장들 때문에 그랬을까?

비정한 경쟁 사회의 한 단면을 보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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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연애의 90%는 이해가 아닌 오해란 사실을....

-가을과 겨울 그 어느 쪽으로도 떠내려가지 못한 채 ...배수구 속으로 사라지던 은행잎들

-밤하늘의 공기가 싸늘해 질수록 그리움의 온도는 서서히 올라가던 가을이었다.

-인간은 기대를 걸기에는 너무 단순하고 포기를 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존재이다.

-흐린 하늘에 비례해 그만큼 어두운 느낌의 집이었다.

-가까스로 신체의 일부를 떼어낸 느낌으로 나는 편지를 밀어넣었고

-인간의 추억은 열어볼 때마다 조금씩 다른 내용물이 담겨 있는 녹슨 상자와 같은 것이다

 

-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한다.

말을 쉬게 하려는 것도, 자신이 쉬려는 것도 아니었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봐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라뎌주는 배려였다.

그리고 영혼이 곁에 왔다 싶으면

그제서야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찢어지게 가난한 인간의 방에

엠파이어스테이트나 록펠러의 사진이 붙어 있다면 다들 피식하기 마련이야.

하지만 비키니니 금발이니 미녀의 사진이 붙어 있다면 다들 그러려니 하지 않겠어?

즉 외모는 돈보다 더 절대적이야. 인간에, 또 인간이 만든 이 보잘것없는 세계에서 말이야.

 

아름다움과 추함의 차이는 그만큼 커 왠지 알아?

아름다움이 그만큼 대단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만큼 보잘것없기 때문이야.

보잘것없는 인간이므로 보이는 것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야.

보잘것 없는 인간일수록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세상을 사는 거라구.

 

경쟁 사회 - 이미 올라간 자와 지금 오르려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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