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에서

속 쓰리고...속 터진 날.

우리도 부산에 가요.

딸아이가 친구와 그룹 피아 공연을 보러 가는데 마누라가 함께 가자고 한다.

멀리 부산까지 공연을 보러 가는데 쬐꼬만 여자애가 하루 자고 온다니 안심이 안되어 마가렛이 제안하였다.

애가 공연 볼 동안 우리 내외는 부산 구경이나 하자구요.

 

딸아인 얼마 전부터 열심히 뜨게질을 하였다.아주 긴 목도리를...바로 록그룹 피아의 드러머 줄 것이라면서 말이다.

- 아니 그런데 왜 서울에서 공연할 때 주지 그 멀리 부산까지가?

- 서울 공연은 벌써 몇 번째 본걸요. 어디서 공연하는지가 문제되지 않아요. 우린 ㅎㅎㅎ...

- 아빠에게 그 정성의 1/10만이라도 쏟아봐라. 쩝~~

 

 

그런데 함께 간 딸아이 친구는 피아의  기타리스트 줄거라면서 역시 뜨개질을 했단다.

어제 밤을 새다시피 했는데 다 완성을 못해서 가는 찻속에서 마무리를 해야 한단다.

 

 

"야~~그래도 우리가 피아그룹을 좋아하면서도 나는 드러머, 너는 기타리스트여서 다행이다. 서로 같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다. ㅎㅎㅎ"

 

휴게소에 잠시 들렀을때 다 완성된  목도리를 보여주는데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마가렛 왈 "너 내가 뜨는 속도의 1/3도 안되는데 참 거기 들인 시간과 공이 대단하구나!!"

그런데 아빠 몰래 뜨느라고 혼났다며 집 식구들은 자기가 뜨개질 하는거 조차 모른다고 한다.

대놓고 뜨개질하는 우리 아이와 몰래 뜨개질하는 친구아이, 둘 중에 어느 아빠 더 속이 더 쓰릴까?

 

공연장에서 둘을 내려주고 우리 내외는 숙소로 향했다.

멀리 광안대교 위로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다. 해질무렵이다.

 

아이가 고래고래 함성을 지르면서 공연을 볼 시간 나는 나, 해질무렵과 대면하면서 쓰린 속을 가다듬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다음날.

아이는 서현역에서 절판된 피아그룹의 CD를 사기로 했다면서 분당 서현역을 들러서 가자고 한다.

서현역 길가에 내려주니 쏜살같이 뛰어내려  만나기로 한 낯선 사람에게 다녀오더니 CD를 받아들고 희희낙락이다.

 

집으로 돌아오니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기온이었다는 그날.

집 세탁기는 얼어터져버렸고

딸아이 오피스텔보일러도 얼어터져 아래층에 물이 줄줄 새 난리가 났다며 전화가 왔다.

아흐흑~~~ 내 속도 터진다아~~~~!!!!

'일상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3.02.01
저쪽 세상  (0) 2013.01.12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다는 것  (0) 2012.12.18
건투를 빈다.  (0) 2012.11.08
예고없이 닥친 일들  (0) 201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