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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투를 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큰 아이는

어쩌다가 오프라고 집에 오면 하는 일없이 뒹굴거리며 게으름 떠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집에 와서 식구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휴식이 되는 모양이다. 

 

모처럼 왔으니 밖에 나가서 외식하자고 하며, 뭐 먹고 싶은 거 있느냐고 물으면

워낙 오랫동안 병원 밥을 먹어서인지, 아무거나 먹어도 좋으니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겠단다.

그러면서 집에서 해 주는 밥이 최고라고 집밥상 사진을 찍어서 트위터에 올리고는

'최고의 밥상'이라는 멘트를 달아 놓았다.

 

언젠가  한번은 바쁜 아이를 위해 병원 근처까지 일부러 와서,

아이 얼굴이나 한번 보고 함께 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들어와 앉아서 삼겹살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그 순간.  

아이를 찾는 핸드폰이 울리는 바람에 고기 한 점도 집지 못하고는 병원으로 달려간 적도 있었다.

황급히 달려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있자니 먹고 싶은 생각도 사라져 버렸다.

 

 

 

힘들지 않니?

가끔 물으면 언뜻언뜻 하는 말 속에서 아이의 병원 생활을 그려보곤 한다.

 

# 한 선배 레지던트는 교수님께 야단맞고는 때려치운다고 병원 나가버렸어요.~~ㅠ.ㅠ

(의대 6년..그리고 인턴까지 고생하고는 그만 두었으니 참....그렇게 힘든가? 아니면 다른 사정이... )

 

# 응급실 근무할 때 끔찍한 사고를 당한 응급환자가 들이 닥치면 당황스럽지 않니?

아니예요. 그건 그냥 배운데로 하면 되는데.... 가장 대책이 안 서는 환자는 술취한 환자예요.

그런 경우 대부분  환자를 데리고, 보호자라고 따라 온, 사람들도 술에 취해 있기 마련이라 제일 힘들어요.

정말 대책이 안서는 경우가 많아요.

 

# 중환자실 근무 할 때 에이즈 환자가 있었는데 계속해서 피를 뽑아서 검사를 해야하는데 정말 조심스럽더라구요.

 예방주사를 맞기는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 여자 인턴인 경우에는 나이든 남자 환자가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남자 인턴에게 SOS를 치곤한단다. 

 

# 수술 전 수술부위 면도 할 때 흑인인 경우는 털이 얼마나 많은지 면도하는 일이 장난이 아니예요.~~^&^

 

 

언론보도에 포괄수과제라던가, 의료민영화라던가 아내를 살해한 못된 의사 이야기라든가....

아무튼 의료계관련 기사가 나오면 더 유심히 보며 맘 속으로 일희일비하기도 한다.

 

 걱정하는 내 생각을 누군가 안다면.....배부른 걱정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부모는....자식에 대한.......걱정과 욕심이... 끝이........ 없는 것 같다.

고교시절에 문과였기 때문에  대입 원서 지원 직전까지 생각하지도 않던 의대를......

자의반 타의반 교차지원하여 무탈하게 졸업까지 하고 잘 커 준 아이가 고맙지만 말이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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