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정원도 눈이 덮인 채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나는
지금 처럼 추운 겨울이면 손가락에 동상이 걸려서
퉁퉁 붓고 가려운 상태로 한 겨울을 보내곤 했다.
지금은 동상 걸린 아이를 보기 힘든데 그땐 왜 그리 추웠는지
학교 교실 안에서도 난로를 피운 가운데를 제외하고는 가장자리는
실내라고 해도 여전히 발이 시려울 정도로 추웠고 등하교길도 왕복 족히 한시간 이상은 걸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누이동생들은 걸리지 않았는데 나만 유독 동상에 걸렸던 것 같다.
아니면 누이들도 걸렸는데 나만 아들이라고 부모님들이 유난을 떨었던 건 아니었을까?
내가 특히 끔찍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은 동상이 걸렸다 싶으면 집에서,
지금 생각하면 크게 효험이 있으리라 생각되지도 않는 방법으로, 치료를 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요즈음 같아선 약국에서 연고를 사서 바르던가
아니면 피부과에서 며칠 치료받으면 치료될 것이지만
당시엔 누가 ‘이렇게 하면 낫는다.’더라 싶으면 그런 방법을 택한 경우가 많았다.
소위 민간요법이라는 것.
아버지는 내가 동상에 걸리면 저녁을 먹고 나서
얼음을 잘게 망치로 두들겨 공기돌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서
큰 바가지로 하나 가득 만들어 방으로 들고 들어오신다.
그리고 나서는 아랫목에다가 헝겊과 비닐을 깔고는 그 위에 얼음을 붓는다.
그리곤 동상에 걸린 내 손을 얼음 위에 올려놓게 하고는 다시 손 위에 얼음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헝겊으로 누르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마루타의 고통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얼마나 손이 시리고 떨어져 나갈 것 같이 아픈지 나는 손을 빼고 싶어 아우성을 쳤고 아버지는
내가 손을 빼내지 못하게 하려고 위에서 내리 누르시는데 가만히 있어도 손이 떨어져 나갈듯이 시리고 저린 데
힘으로 내리 누르니 차갑고 날카로운 얼음이 손가락을 후벼 파내는 것 같은 고통이 손 전체에 전달되어
온몸으로 그 고통이 퍼지는 듯 했다.
그런 고통스런 경험을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겨울 내내 했던 것 같다.
그런 끔찍한 어릴 적 고통이 나의 정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고통도 때론 힘이 된다? 그런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을까? 부모님들이 그래도 자식을 위한다고 한 행위인데
내 머릿속에는 고통스런 기억만이 남아 있다.
동상이 심하면 살이 썩어 들어가서 손가락을 잘라버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시면서
고통을 참으라고 하셨지만 내게는 고문이었다.
한번은 담뱃재를 담아 물을 끓인 더운 물에 손을 담그면 좋다는 이야기를
학교 선생님께 들으신 어머니께서 그 방법을 쓰셨는데 효험이 있고 없고를 떠나
얼음에 담그는 것 보다는 훨씬 좋았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겨울이다.
지금처럼 추운 겨울 끔찍했던 그 시절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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