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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에

아쉬움을 잃어버린 세상.

 

요즘 나는 이병헌 김태희 주연의

      드라마 아이리스와  이요원 고현정 주연의 선덕여왕을 다시보기로 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 월 일정액을 내고 보는 <다시 보기>라고 하는 기능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전에 <모래시계>를 방영했을때만해도

귀가 시계라는 말이 붙었듯이 모든 사람이 동일한 시간대에 보았고,

내 경우엔 회식을 하느라고 그걸 보지 못할 경우에는 술집 내실에 가서 보기도 했었다.

전혀 볼 상황이 못되면 이미 본 사람들이 입에 침을 튀기고, 액션을 섞어가며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모습을 떠 올려보면 그런 것들이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화의 계기도 만들어주고 만남의 기회도 되고 했던 것 같았다.

마치 같은 걸 공유한 사람들이 서로 유대감을 갖는 것 같은...

 

  그런데 지금은 아이리스를 나보다 먼저 본 사람에게 줄거리 듣기를 원치 않는다.

들으면 오히려 김새기 때문이다.

먼저 본 사람이 가족이더라도 묻지를 않고

또 이야기를 해 주려 하지도 않는다. 다시보기 기능때문이다.

내가 다시보기를 통해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맞추어 보지 못한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은 전혀 없다.

심지어 전화가 울리면 잠깐 멈추게 해두고 또 볼 수 있지않은가 말이다.

 

  그런 다시보기 기능이 어쩌면 사람들의 만남과 대화의 기회를 앗아가는데 기여하는 것 같기도하다.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는 TV가 있는 곳은 만화가게 한 군데가 유일했다.

그래서 그런지 당시에는 TV드라마보다 라디오 드라마가 더 인기가 있었다.

나도 종종 누나들이 듣는 라디오 드라마를 옆에서 함께 듣곤 했는데

제목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잊혀지지않는 것중에서  '첫 날밤 갑자기'라는 라디오 드라마가 있었다.

내용도 생각나지 않고 그저 제목만이 생각이 난다.

그 드라마를 누나들과 매일 듣곤했는데 하루는 누나들이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나 혼자 듣게 되었다.

 

 늦은 귀가로 뒷 부분만을 겨우 들은 누나들이 얼마나 궁금했던지 나에게 오늘 드라마 앞의 내용이 어찌 되었는지,

주인공이 왜 저렇게 됐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꼬치 꼬치 물었다.

그런데 내가 혼자서 듣게 된 대목이 하필이면 남녀간에 일어나는 조금은  낯 뜨거운 장면이었다. 

  그래서 내가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하나?하고 망설이니까.

누나들은 채근하며 아무거나 하나만 이야기 하면 내용 다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얼굴이 벌개져서 더듬거리면서 " 음 그러니까 그 남자가 여자를......" 그러자

누나들은 눈치를 채고는 "응 알았어. 알았어." 하고 대답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아마 지금은 드라마를 못보면 인터넷으로 간단히 줄거리를 본다던가 드라마 다시 보기를 통해서 보던가 할 것이다.

그러면 나에게 줄거리를 묻게 되지도 않을테고 누나들과 이런식의 대화가 이뤄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것이 쌓여 가족간에 형제 자매간에 친구동료간에 대화도 하고 정도 쌓이기도 할텐데....

지금은 각자 가족끼리도 자기 방에 들어가 핸드폰이나 컴퓨터와 더 많이 얼굴을 대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든지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는 정말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전철에서도 그리고 심지어는 걸어다니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프로를 언제든지 보고 듣고 다시 보고 싶으면

언제든 또 다시 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정말이지 나 어린 시절엔 상상 못할 일이다.

그런 우린 지금. 정말 전보다 많이 좋아졌나? 대신 보이지 않는 뭔가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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