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이던가..... 추석 연휴를 맞아 누이 집에 갔을때 일이다.
집사람과 누이는 이마트에 장을 보러 다녀오마고 나갔고, 점심 식사후 식곤증에
물끄러미 TV를 보고있던 나는 눈이 스르르 감겨 반쯤 졸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여기 이마트에서 알까기 대회를 하는데 우승하면 상품이 있대. 생각있어? 올꺼면 내가 신청해 놓을께."
추석을 맞이하여 고객들에게 하는 이벤트 행사였다.
졸린 눈을 비비며 잠시 망설이니까
"올꺼야 말꺼야?" 하고 재촉을 한다.
"그래 알았어, 갈께"
언젠가 식구들이 모여 심심풀이 알까기를 했을 때 내가 이긴 생각들이 나서 전화를 했던 것이다.
이마트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지라 늘어지게 기지개를 한 번 하고 터덜터덜 걸어갔다.
도착 후 얼마 있지 않아 신청한 사람들끼리 추첨을 하였다. 경기 방식은 토너먼트.
아니?? 그런데 이럴수가!!!
내가 생각했던 알까기 아니었다.
알까기를 바둑 알로 하는 것인줄 알았더니 바둑알이 아니라
당근을 장기 알 만하게 잘라놓고 알까기를 하는 것이었다.
당근이 약간 젖어있어 판 위에서 손가락으로 튕겨도 잘 나가지 않았다.
어차피 피차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바둑 알로 하는 알까기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이건 영~~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고
경기에 나간 선수(?)들을 응원하는 가족들이 빙~~둘러서 있으니 할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첫 상대는 체구가 씨름 선수같은 30대 남자였다.
그런데 운이 좋게 첫 판을 이겼다. 그리고 나니 긴장이 좀 풀렸고
바둑알로 하던 알까기 실력이 나와서인지 운이 따라서인지 마침내 결승까지 올라갔다.
상대는 아줌마였다.
이제 그 아줌마와 나, 그리고 양쪽 가족들이 남아
열렬한(?) 응원 속에 마침내 숨막히는 최종 결승 경기가 열렸다.
그것도 경기라고 결승까지 왔으니 우승해서 상품을 받아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응원단을 생각해서 꼭 이겨야 겠다는 생각에 다시 긴장이 되었다.
아슬아슬하게 이겼는지 완벽하게 이겼는지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이겨서 상품으로 받은 과일 상자를 들고 의기양양 응원단의 호위를 받으며
개선 장군처럼 돌아왔다는 이 해질무렵의 전무후무하고 유일무이한 자랑스런 우승!!!
근자에 들어 우리 가문에 이런 영광스런 일이 없었으니 가문의 영광이여~~
길이 길이 빛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