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초까지 우리 집은 연탄아궁이가 세 개 있는 한옥 집이었다.
요즘 같은 겨울이면 하루 두 번 연탄을 갈아야했는데 세 아궁이니까 도합 여섯 번을 갈아야했다.
그런데 연탄 가는 시간이 일정하면 좋으련만 아궁이마다 연탄이 타는 속도도 다르다.
어느 방은 너무 더우면 공기구멍을 막아놓고 너무 방이 차면 더 열어놓거나 했기 때문이다.
또 몹시 추운 날이어서 공기구멍을 똑같이 다 열어놓더라도 바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방향도 다르고
부엌에 딸린 아궁이와 바깥쪽 아궁이가 바람을 받는 양과 방향이 달라 아궁이마다 연탄 타는 속도가 다르게 마련이다.
추운 날 들락날락 거리면서 연탄을 여러 번 가는 일이란 참으로 귀찮고 힘든 일이었다.
보통 아침 연탄 가는 일은 아버지의 몫이었고 저녁때는 내가 갈곤 했다.
그러다가 깜빡 연탄가는 걸 잊고 잠이 들어버려 연탄불을 꺼트리면 아버지한테 핀잔을 듣곤 했다.
연탄을 갈려고 연탄집게로 연탄을 들면 아래 위 연탄이 붙어서 한꺼번에 같이 따라 나오곤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 땐 부엌에서 식칼을 가지고 나와서 붙어버린 두 장의 연탄을 옆으로 뉘어 놓고 식칼로 두 연탄 사이를 사과 자르듯 잘라내곤 했다.
다 탄 아래쪽 연탄을 버리고 위에 연탄을 아래로 그리고 새 연탄을 위에 올려 아래위 연탄구멍을 잘 맞추어야 공기가 잘 통하면서 불이 붙게 마련이다.
새 연탄을 갈면 연탄가스 냄새가 나는데 당시 신문기사엔
종종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했다거나 중태에 빠졌다는 안타까운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연탄재를 버리는 일도 큰일이어서 평지로 이사 오기 전 층계가 많은 집에 살 때에는
쓰레기차가 왔다는 종소리가 나면 온 식구가 나가 연탄재를 들고 층계를 뛰어 내려가곤 했다.
쓰레기차를 놓치면 다시 가지고 나간 연탄재를 다시 들고 올라와야 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온 동네 사람이 연탄재나 쓰레기를 담은 통을 들고 줄을 서면 쓰레기 치우는 분이 열심히 받아서 쓰레기 차 안에 집어던지면
안에서는 쓰레기를 쏟고 빈 쓰레기통을 던져주는데 그걸 받기 위해 또 줄을 서서 받아가지고 돌아오던 그때.
정말 까마득한 옛 일같은 흑백 화면으로 나올 법한 '그때를 아십니까?' 의 한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