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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마치 전설같은,이런 학부모도 계셨습니다.

 

 

요즘 뒷뜰야영을 하느라 학교 운동장에서 텐트를 치는 모습을 보니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나네요.

당시 학교에서 텐트를 치고 뒷뜰 야영을 할 때 보별로 아이들 저녁 식사를 끝내고 간식으로 

 대장 선생님께서 6학년 보장에게 수박을 나누어 주고는 4,5학년 동생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텐트 별로 수박 한 통씩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보장을 맡은 6학년 한 여학생이 수박을 자른다고 양반 자세로 앉아서 수박을 잘랐습니다. 잘 익은 수박은 칼을 대자마자 쫘악 벌어졌고,

  잘 익은 수박은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잘 잘라지는 걸 몰랐던 이 아이는 힘을 주어 자르는 바람에

손쉽게 수박은 잘라졌지만 양반다리를 하고 있던 터라 그만 칼이 다리까지 미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상처는 심해서 부랴부랴 선생님 한분이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으로 업고 가셨습니다.

 

당시 대장 선생님들이 더더욱 걱정했던 것은

다친 여학생이 무남독녀 외딸인데다가 당시 국제적인 중요 행사 때 화동으로 꽃다발을 들고 나가곤 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만큼 외모가 출중했던 아이라 주변에서들 이 다음에 슈퍼모델감이라고들 했었지요.

그런 아이가 다리에 흉한 상처를 남기게 되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연락을 받은 부모님께서 부랴부랴 달려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 부모는 병원으로 달려간게 아니라

야영을 하고 있던 학교 운동장으로 오셨더군요.

당시 지도하고 계시던 선생님들은 당연히 항의를 하러 오신 것으로 생각을 했었지요.

그런데 그 다친 아이 엄마 입에 나온 말은 전혀 의외의 말이었습니다.

" 선생님....죄송합니다. 6학년이나 되도록 집에서 수박 자르는 것 하나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네요."

"아이 어머님~~무슨 말씀을요.  저희가 죄송하지요. 빨리 병원으로 가 보셔야지요."

그 부형은 그제서야 다시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대장 선생님들 눈가에 고였던 눈물. 어쩌면 저런 부형이 다 있을까?

 

그런데 담임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외모만 뛰어난게 아니라

심성도 곱고 공부도 잘하고 매사에 모범적이란 말을 하시더군요.

 역시 가정교육이 중요하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 부모의 그 딸이라고..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얼마 뒤에

제 아이가 학교에서 자전거 하이킹을 갔다가 언덕을 내려온던 중

바람에 날리는 모자를 한 손으로 잡다가 그만 자전거에서 떨어져서

머리를 땅에 부딪치면서 이마가 찢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신 담임 선생님께서 전후사정을 말씀하시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야영때 다친 아이 부형 흉내를 냈답니다.

"별 말씀을요. 제 아이가 원래 좀 덤벙거리거든요. 걱정마시고 전철역에 내려만 주시면 제가 데리러 가겠습니다.

아이들도 많은데 제 집아이 때문에 신경 쓰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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