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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선생님! 왜 우리 아이 꼬집으셨어요?

내가 퇴근시간이 되어 내려가려는데  윗층 교실에서 고성이 오가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학년엔 남자 선생님도 나 뿐인데 남자 소리까지 섞여서 들리는 것이었다.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이 소리 지르실 리는 없고 누굴까?

 

 궁금하게 생각해서 올라가려던 차에 교실 전화가 울렸다.

윗층의 여선생님이 날더러 좀 올라와 달라는 전화였다.

싸우는 소리가 나는 옆 반 선생님이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겁이 나서 전화를 했다면서 남자가 나 뿐이니 일종의 구조 요청이었던 것이다.

올라가 보니 내 바로 윗층 여선생님 반에 웬 30대 초반 정도의 젊은 부부가 와서는

나이가 우리 학년에서 제일 많으신 50대 담임 선생님에게 마구 삿대질을 해가면서 고함을 치고 있었다.

왜 우리 아이 꼬집어서 멍들게 만들었는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은 꼬집은 적 없다는 것이었다. 

부형은 아이가 꼬집었다고 그러는데 일학년 아이가 거짓말을 했겠느냐면서 마구 다그치고 있었다. 

아이 이야기가 잘 못 전달 되었을 수도 있으니 아이와 이야기를 다시 해 보고

내일 이야기 해 보자고 간신히 설득을 해서 화가 난 부형을 간신히 돌려보냈다.

 

 부형이 가고 나서 선생님은 도데체 꼬집은 기억이 없다고 하시면서

혹시 아이들 살이 연해서 줄을 세우는 도중에 팔을 당겼을 때 멍이 들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도 하셨지만 

그렇게 잡아당기면서 줄을 세운 기억도 없다고 하신다.

또 그 정도로 아이 팔에 멍이 들지는 않았을거란 생각도 들고 해서 아이 집으로 전화를 하셨다.

 

 그랬더니 아이가 전화를 받는지 선생님이 아이에게 물으셨다.

"얘야~ 내가 널 꼬집었니?"

"선생님이 꼬집으셨잖아요?"

"으음~ 내가 언제 꼬집었지?"

"선생님이 아까 꼬집으셨잖아요?"

"네가 뭐할 때 선생님이 꼬집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이야기 해 줄래? 언제 꼬집었는지."

"아까 선생님이 피아노 잘 못친다고 꼬집으셨잖아요?"

 "으음~~그래 난 피아노 선생님이 아니라 학교 담임 선생님이야?"

"그래요. 난  피아노 선생님일 줄 알았네."

 

  아이의 부모는 가게에서 일하고 아이의 외숙모가 아이를 학교 끝나고 나면 돌봐주는데  

집으로 돌아 온 아이 팔에 멍이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누가 그랬느냐고 물으니 선생님이 그랬다고 했고

아이의 외숙모는 가게에서 일하는 아이의 부모에게 '아이 팔이 멍이 들었는데 선생님이 꼬집었다는구나.'

 하면서 전화를 했고, 아이의 부모는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학교 담임 선생님이 꼬집었으려니 하고는 학교로 화가 나서 부부가 달려 온 것이다.

 

 다음 날  아이의 부모는 커다란 사탕 바구니를 들고 사과하러 학교에 왔는데

마침 담임 선생님이 출장 중이라서 우리 교실로 사탕 바구니를 들고 왔다.

아마 받지 않으실 거라고 말하고는 다음에 시간 있을 때 선생님께 직접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게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옛날 같으면 선생님에게 잘 못해서 종아리를 맞으면 집에 가서 혼날까 봐 종아리를 보이지 않게 하려고 애쓰곤 했는데,

요사이는 아이가 명백한 잘못을 했어도  맞고 오면 쪼로로 학교로 찾아와 항의를 한다. 

체벌을 찬성하지는 않지만 요즘 오냐오냐 키우는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이 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초중고 교사들 중 아이들이나 부형들에게 맞는 사례가 초등학교가  가장 많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이 어려서 선생님과 부모님 사이의 언어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학교 선생님은 스승이나 선생님이 아니라 아동 관리사라는 이름으로 서서히 바뀌어야 할 거 같다.

공부는 성적대로 줄 세우는 학원에나 가서 하고 인성은 내 팽개치고.......

공교육,공권력은 이제 그 권위가 땅에 떨어질대로 곤두박질 치고 쳐박혔는데 

윗사람들은 경제논리로 교육을 다루다보니 이것도 저것도 되는게 없는 지경이다.

 

<녹슨 순찰차는 공권력의 추락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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