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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여행을....

 그것도 배낭여행을, 아직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엄마가 낯선 터어키 여행을 떠났다. 대부분 사람들은 제 정신이냐는 표정이었다. 

무리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고, 그 속에서 하나하나 삶의 새로운 의미를 알아가는 저자와 갓난 아들의 하루하루 일정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도데체 삶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만든다. 갓난 아이 엄마들이 읽으면 나 보다 더 새로운 깨달음이 있으리라. 

http://blog.naver.com/endofpacific - 태평양의 끝.    오소희 블로그

 

 

 

- 아이를 재우고 모닥불가로 돌아와

나무토막하나가 재가 되어가는 느리고 고요하고 충만한 과정을 지켜본다.

 

-.로라는 모르고 있었다.

관계의 많은 부분이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자신이 희생하는 것들과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데 그것을 얻을 수 없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그 ‘무언가’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나의 20대에도 갑작스런 서러움과 자기연민이 주요한 의사결정 순간을 장악해 버린 경우가 있었다.

그렇게 내려진 결정들은 대체로 또 하나의 실수를 내포하거나 매우 소극적인 선에 그치게 마련이었다.

 

-사람의 체감온도라는 것이 철저한 환경에 대한 적응의 산물이어서

제각각 다른 자연 여건 속에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주관적이 된다.

이를테면 동남아시아인들은 30도 정도가 되면 추위를 느끼고 겨울 점퍼를 꺼내 입는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서 ‘오래된 미래’에는 그 반대의 경우가 나온다. 추운 겨울에 맨발로 살얼음이 언 개울을 건너는 라다크 여인에게 헬레나가 ‘춥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 라다크 여인은 도대체 질문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되묻는다. ”춥다고요? 왜요?“

 

-.나도 떠날 때가 가까워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곳의 모든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몸과 마음이 길들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길들여짐은 방문을 한다거나 거주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현상이지만, 여행자로서는 경계해야 할 무엇이다.

느슨해지고,집과 같은 편안함에 익숙해진다는 것, 그것은 이미 여행이 주는 순수함을 반 정도 상실한 것이다.

 

-.나는 그제서야 그가 애써 가장하는 활기의 이면에 쉴 새 없이 솟아오르던 불안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는 덩치가 큰 아이였던 것이다.

지적이고 의욕이 넘치는 성인으로서의 그의 뒷면에는 혼자있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아이의 쓸쓸한 얼굴이 있었다.

 

-.아이들이 함께 뛰고 오르고 쉼없이 몸을 쓰는 이런 행위는 대부분의 어른들에게 무용하게 보이기 쉽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부모일수록 이 순간에 무언가 지적인 내용을 가미해야만 유희가 바람직하게 완성된다고 하는 단순한 오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이것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구조의 유희이다. 고도로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 뛰고 성공적으로 몸의 균형을 맞추어 착지해 내는 순간들.

 

-.나는 떠돌기로 했다.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이었다.

출산과 모성이라는 진한 삶의 경험은 그 이전에 내가 했던 여행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이전에는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세상을 들여다보았다면 이제는 거울에 비춰진 ‘나’라는 반영을 부수고 판단 없이 세상을 향해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대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 가운데 아프고 힘든 이들은 안아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떠돎의 종착지가 어떤 것이 될지는 미리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여행은 늘 나를 능가하는 현명함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으므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오소희/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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