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는 글에 관한한 천재적인 소양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기는 도쿄의 여행기에 이어 두번째로 본다.
이번 여행기는 이태리 시칠리아 여행기이다.
-.아무것도 걱정할 게 없을 것 같은 평온한 하루,걱정들은 종일토록 잠복해 있다가 밤을 틈타 우리를 내습한다.
서울에 남겨 놓은 것들,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꿈을 빌려 나의 밤을 괴롭힌다. 리파리의 하루는 그렇게 간다.
-.그녀는 대답대신 어깨를 으쓱 추켜올렸다.
그 제스처는 '파업한 건 내가 아니잖아?'로 해석될 수도 있고,
글쎄 그걸 누가 아나?로 해석될 수도 있있고
'뭐 별일 있겠어요? 걱정 마세요.'로 해석 될 수도 있었다.
-방심한 여행자가 일단 향수의 표적이 되면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그럴수록 그는 더더욱 한 곳에 머물러 있고자 하며 마냥 깊은 우물만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곳에 자기가 찾는 모든 것이 있다는 듯이.
- 농장안에는 작은 예배당까지 있어 정신과 육체 양자의 자족이 가능해 보였다.
- 식당의 창에는 두 팔이 없는 소녀 인형이 밥을 먹는 손님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을 찍고 있자니 농장에서 일하는 여자가 다가와 그 기괴한 인형의 정체가 신부라고 말해준다.
신랑은 간데 없이 혼자 서 있는 팔 없는 신부의 인형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으며 생각했다.
아름다운 것들을 오래 버려두면 안 된다고,,,,
-도시에서는 방의 불을 꺼도 완전히 캄캄해지지 않는다.
희미한 불빛이 불면의 정령처럼 떠돌며 유약한 인간의 영혼 주위를 맴돈다.
-나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가끔 뒤를 돌아보곤 한다.
낯선 이에게는 결코 내보이지 않는 행복한 표정들이 반딧불이처럼
어둠 속에서 떠 있는 광경은 나를 늘 흥분 시킨다.
- 아내는 정말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특히 여행같은 거 떠날 때는 더더욱 그랬지.
'예약하고 확인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그런데 시칠리아 사람들 보니까,
이렇게 사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이렇게 사는게 뭔데'
'그냥 사는 거지 뭐'
'맛있는 것 먹고 하루종일 떠들다가 또 맛있는 거 먹고, 그러다 자고'
'맞아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거야. '
가이드북 보니까 이탈리아에 이런 속담이 있대 .
사랑은 무엇이나 가능하게 한다. 돈은 모든 것을 이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그리고 죽음이 모든 것을 끝장낸다.'
-오히려 내가 잃어버린 것은 서울에 있었다.
전광판을 보며 나는 지난 세월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편안한 집과 익숙한 일상에서 나는 삶과 정면으로 맞장 뜨는 야성을 잊어버렸다.
의외성을 즐기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한 자신을 내려다보며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를 즉각적으로 감지하는 감각도 잃어버렸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나날들에서 평화를 느끼며 자신과 세계에 집중 하는 법도 망각했다.
나는 모든 것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골똘히 생각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김영하 글 사진/렌덤하우스
'독서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인 너는 자유다 (0) | 2009.06.03 |
---|---|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0) | 2009.05.31 |
옛날에 내가 죽은 집 (0) | 2009.05.09 |
내 마음의 무늬 (0) | 2009.05.04 |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0) | 2009.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