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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월든 - 소로우

 

 

 이 세상의 책 중에서 단 세권의 책만을 고르라고 한다고 하면 어떤 책을 고르겠느냐고 물었을 때  꽤 신망이 있는 분이 고른 책 중에 하나가 ‘월든’이었다.

저자인 소로우는 오래 전 인물이기 때문에 요즘 세상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한편 생각하면 오래전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하고 생각되는 대목도 있다. 하버드대 출신인 소로우는 2년간 숲속에서 혼자 자급자족을 하면서 생활을 한다. 월든은 바로 그 2년 동안의 기록이다.


소로우는 발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소로우는 인류의 커다란 혁명적인 물적 인적 자원의 이동을 가능하게 한, 철도에 대해서도 말하기를 이를테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몇 시간 만에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죽기 살기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일이 세상 살면서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걸어서 천천히 가라는 것이다.

훗날 무얼 위해 오늘 우리는 이리 바쁜 것인가? 어쩌면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볼모로 하여 우리는 지금 바쁘게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컴퓨터가 생겨서 훨씬 삶이 윤택해지고 편리해졌을까?

핸드폰이 생겨서 세상이 보다 나아졌나?

내가 컴퓨터를 켜고 의미 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소로우는 이런 생각을 한다.


 조용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나는 갑자기 대자연 속에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빗속에, 또 집주위의 모든 소리와 모든 경치 속에 너무나도 감미롭고 자애로운 우정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나를 지탱해주는 공기. 그 자체처럼 무한하고도 설명할 수 없는 우호적인 감정이었다. 이웃에 사람이 있음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되던 모든 이점이 대단치 않은 것임을 느꼈고, 그 후로는 그런 것을 생각 해 본 일이 없다. 솔잎 하나하나가 친화감으로 부풀어 올라 나를 친구처럼 대해 주었다. 나는 사람들이 황량하고 쓸쓸하다고 하는 장소에서도 나와 친근한 어떤 것이 존재함을 분명히 느꼈다.

 어쩌면 우리도 소로우처럼 느낄 수 있었을 이런 감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우리의 촉수는 늘 다른 곳을 향하고 있어, 퇴화되었거나 무감각해 진게 아닌지하는 생각을 해본다.어쨌거나, 소로우는 간소 하게 간소 하게 살라고 강조해서 말한다. 가능하다면 하루 한 끼만 먹으라고 말하기도 하면서 인간이 필요한 것은 몇 가지 안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소로우는 태고적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잃어버린 훨씬 더 중요한 가치가 있었음을 가르쳐 주려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껏 그것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말이 더 옳을 것이다.


 필이 꽂히는 이런 책을 읽으면 갑자기 작가를 따라 하고 싶어져서 어디 한적한 산속으로 들어가 살고 싶어진다. 법정스님 책을 보았을 때와 똑같은 심정으로 말이다.

소 시적에 이소룡 영화를 보고 나오면 갑자기 다리가 번쩍번쩍 나도 모르게 올라간다거나 클린트이스트 우드가 나오는 서부활극을 보고 나오면 모형 총이라도 허리춤에 차고 싶어지는 현상과 같은 이치.

 

 연고가 있는 고향이라는 곳이 나에게도 있다면 당장이라도 가고 싶기도 하다. 그리하여 소로우처럼, 법정스님처럼 한적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급자족에 준하는 생활을 그려보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의  어느 날. 방안을 배회하는 모기 한 마리와 씨름하느라고 잠을 설치곤, 정말 숲 속에서는 수많은 벌레며 심지어는 뱀이 나타날지도 모르고 맷돼지가 불현듯 나타나거나, 영화에서처럼 쫒기는 수배범이 혼자 살고 있는 한적한 나의 보금자리를 노릴 런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하면 에그머니나!! 그런 삶은 그저 생각 속에 머물고 그들만의 특별한 삶으로 치부 해 버리게 된다.


 소로우는 이렇게 우리를 나무라기도 한다.

 왜 우리들은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해가면서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오늘 천 바늘을 꿰매고 있다. 일, 일 하지만 우리는 이렇다 할 중요한 일 하나 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 나는

 친절한 금자씨는 왜 불친절한 방법으로 결혼 발표를 했는지 알아보려고 열심히 클릭클릭하다가, 친구에게 온 핸드폰을 받다가, 따르릉~~집 전화가 울리니 친구에게 “잠깐 기다려봐 전화가 왔네...”하며 전화를 받는데, 딩동~ 중국집에서 시킨 짜장면 온 소리에 받으러 나가다가, 거실에 켜둔  TV를 통해 나오는 야구 중계를 힐끗거리며 롯데가 과연 가을에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대호야 제발 홈런 좀 쳐라.’ 뭐 이러다가, 대호가 나오는 영화 ‘해운대’가 대박 났다는데 언제 보러가야지, 뭐 이러면서 짜장면 그릇 들고 들어오다가, 아이 방을 힐끗 들여다보곤, 2PM인지 AM인지가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에게 ‘네가 지금 시험이 낼 모렌데 그딴 것 듣고 있냐?’ 고 핀잔을 주다가 한 손엔 나무젓가락, 다른 손엔 핸드폰을 들고는 ‘아까 우리 무슨 이야기 하다 말았지?’ 하면서 마치 무도병에 걸린 사람처럼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있다. 너무 바쁜 나는, 애시 당초 조용한 명상을 통한 자연과의 교감은 꿈도 꾸지 못한다.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벌개미취가 흐드러지게 피었는데도 말이다.  <소로우의 '월든'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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