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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에

엄마~~잡았어!!

 

 

 어릴 적 김장을 하면

김장 김치를 거의 봄까지 먹었던 기억이 난다.

김장을 많이 해서 100포기 이상 씩 했기때문이다.

 

 그런데 봄에 먹는 김장 김치 맛이 이른 봄까지 그대로 살아있어서 싱싱한 김치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은

김장독을 땅에 묻었기 때문인데 독이 얼마나 큰지 내 초등 1-2학년 시절의 어릴 적 키 만큼이나 컸었다.

그 커다란 독을 땅에 묻고 한 겨울 한 포기 두 포기 꺼내 먹다가 보면 봄이 되어 바닥을 보게 된다.

그러면 바닥에 남아 김칫국물에 가라않은 보이지 않은 몇 포기의 김치를 꺼내는데는 어린 내가 큰 몫을 했다.

 

 그럴 때 엄마는 나를 부르셨다.

내가 나가면 내 허리를 안으시고선 바닥에 남은 김치 포기를 꺼내게 하시곤 했다.

머리를 숙여 거의 허리까지 독에 거꾸로 몸을 집어 넣으면 내가 거꾸로 독안으로 쳐 박힐까봐

"엄마..꼭 잡아야 돼."하고 걱정이 되어 이야길 할라치면

 "걱정마라, 괜찮다. 엄마가 힘줘서 꼭 잡을테니까~" 하고 안심을 시키시곤 나를 독 안으로 들여보낸다.

엄마의 손에 허리를 잡힌 채 독안으로 거꾸로 들어 온 나는 엄마가 끼워준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휘휘 저어

김치 국물 속의 김치를 찾아내곤 소리지른다.

 

"엄마~~잡았어!!"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김장 독 가득 내 소리가 다시 내 귀로 들어와 울리던 그 소리.

그리고 그때의 시큼한 김치냄새.

그리고 행여 실수할까 손에 잔뜩 힘을 주고 내 허리를 잡고 있었던 엄마의 그 손의 느낌.

그리고 독에서 나오면 아주 대견한 일을 했다는 듯 내 옷에 묻은 고춧가루등을 툭툭 털어주시며

입가에 엷은 웃음을 지으시던 그 얼굴....

이젠 다 추억 속의 일들이 되었다.

 

 지금도 김장을 담그고 김치를 먹지만

어릴 적에 김치 담그는 일은 정말 온 식구가 동원이 되는 집안의 아주 큰 행사였다.

무와 배추를 나르는 일과 그리고 절인 배추를 옮기는 일도 거들기도 하면서 어리지만 제법 한 식구 몫을 하기도 했다.

 

어른들이 시키는 자질구레한 심부름도 하고 채 칼로 채를 썰어 본다고 하다가

손을 살짝 썰어 하얀 무에 피를 묻히기도 했었던 김장에의 추억.

엄마~~잡았어!!   그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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