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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개는 우선 세상의 온갖 구석구석을 몸뚱이로 부딪치고 뒹굴면서 그 느낌을 자기의 것으로 삼아야 해.

 

-내 공부는 오직 내 몸뚱이로 비벼서 알아내는 것이었다.

 

-개들은 언제나 지나간 슬픔을 슬퍼하기보다는 닥쳐오는 기쁨을 기뻐한다.

 

-영원이라는 말은 사람이 만들어낸 말인데 개들의 나라에서 ‘영원’이란는 말은

한 주인 곁에 끝까지 눌어붙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사람인 주인을 향한 마음이 ‘영원’하다는 뜻이다.

 

-.나는 되도록이면 싸우거나 달려들지 않고, 짖어서 쫓아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사람들의 동네에서 살아야 하는 겨의 도리이다. 또 쓸데없이 싸우다가 다치지 말고,기어이 싸워야 할 때를 위해서

몸을 성히 유지하면서 힘을 모아두어야 한다. 사람 동네에서 개 노릇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몸으로만 공부를 한다.글자나 숫자로하는 공부는 알 필요가 없다.

 

-영희가 잡은 목줄에 이끌려 예방주사를 맞으러 가는 일은 지나친 호사같아서 창피스러웠지만,

개가 저 혼자서 예방주사를 맞으러 갈 수는 없었다. 개 혼자 가면 사람들은 예방주사를 놓아주지 않는다.

 

-.악돌이가 이기고 내가 진 것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다만 악돌이가 강했고 내가 약했을 뿐이었다. 아주 분명한 일이었다.

나는 그 분명한 것이 견딜 수 없어서 앞발을 들고 울었다.

<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에서 김훈 장편소설

 

* 김훈이 자전거 여행에서도 말했듯이 그 스스로 자신의 육신을 움직이며 페달을 밟아

자신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전거를 좋아하듯이 여기 등장하는 개도 몸으로 배우는 것만이 참된 배움이라고 믿는다.

읽는 내내 주인공인 개가 김훈 자신인걸로 생각하면서 읽었다.

어디선가 김훈 스스로 자기는 몸으로, 힘든 노동의 댓가로 밤을 새워가며 떳떳하게 글을 써서 번 돈으로 비싼 자전거를 산 것이

결코 호사가 아니라고 말 한 것처럼 이 글에서도 내내 몸뚱이로 비벼서 알아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김훈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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