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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사육장 쪽으로

 

*편혜영의 <사육장 쪽으로>에 대한

*박완서의 평

교외의 전원주택에 사는

평범한 월급쟁이 가장에게 어느 날 닥친, 가족을 지킬 수없을 것 같은 사건 사고는

마치 내가 직면한 위기처럼 리얼하게 다가온다. 사육장에서 탈출한 개에게 물린 아이를 데리고

차를 모는 병원 방향이 사육장 쪽이라는 것, 그가 운전해 가는 신작로와 고속도로에서 그를 앞지르거나

스치는 트럭 트레일러 등 큰 기계에 대한 무서움 증에서 우리는 현대사회를 사는 공격적이지 못한 소시민의

위로받을 수 없는 불안과 분노와 피해의식을 본다.


*김화영의 평

소심하고 소극적이며 순응주의적인 회사원 가장을 에워싸고 다가드는

일련의 위협적 사건과 상황을 개인적 두려움에서 인간 보편의 조건으로 서서히 이끌어 올리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 소설은 단순하고 건조한 문체로 거의 평면적일 정도의 구성 속에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의 조건을 강력한 현실감으로

살려 낸 그 고전적 미덕에 있어 돋보인다. 공산품 특유의 자동성, 규칙성, 반복성, 맹목성에 길든 무반성적인 삶은

파산을 알리는 경고장, 대형트럭과 각종 기계음의 지속적인 소음과 속도, 사육장의 개 짖는 소리, 불쑥불쑥 숨겨진 무덤처럼

직접적“접촉”없이 “신호”로만 기능하는 각종의 강박적 위협아래 놓이면서 문제의 해결보다는 오히려 그 신호의 ‘인도’를 받아 길들여지면서 돌이킬 길 없는 파멸로 치달린다는 경고만 같아 그 어조의 소박함이 오히려 더욱 섬뜩하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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