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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달려라 아비

*어머니는 "내가 느이 아버지 얘기 몇번이나 해준거 알아 몰라?"라고 물었다.

나는 주눅이 들어 "알지.."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시큰둥하게 "알지는 털없는 자지가 알지고"라고 대꾸한뒤

혼자서 마구 웃어댔다. 그때부터 나는 무언가를 '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음란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아버지가 돌아온 것이다.

십수년 만에 우편을 타고 가뿐하게 의도를 알 수 없는 선의처럼,

종지감 없는 연극이 끝난 뒤에 터지는 어정쩡한 박수처럼 아버지는 돌아왔다.

낯선 억양의 인사를 건네며 돌아온 부고 그때까지도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세계 곳곳을 달린 이유가

결국 우리에게 당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당신이 죽었다고 말하기 위해 먼곳을 돌고 돌아 여기까지 온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아버지는 지금까지 세계를 뛰어다닌 것이 아니라 미국에 살고 계셨다. <달려라 아비 - 김애란지음>

 

#딸아이가 첫 문장이 너무 멋있어서 사가지고 왔단다.

첫문장은 이렇다. 내가 씨앗보다 작은 자궁을 가진 태아였을때,나는 내 안의 그 작은 어둠이 무서워 자주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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