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청산을 이루어 녹색을 함께 해오던 나무들도
가을이 되어 서리가 내리자 각기 구별되기 시작합니다.
단풍 드는 나무,
낙엽 지는 나무,
끝까지 녹색을 고집하는 나무........
질풍지경초, 바람이 눕는 풀과 곧은 풀을 나누듯
나무를 나누는 심판의 계절입니다.
-.하얗게 언 비닐 창문이 희미하게 밝아 오면,
방 안의 전등불과 바깥의 새벽빛이
서로 밝음을 다투는 짤막한 시간이 있습니다.
이때는 그럴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더 어두워지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합니다.
칠야의 어둠이 평단의 새 빛에 물러서는
이 짧은 시간마다 나는 별이 태양 앞에 빛을 잃고,
간밤의 어지럽던 꿈이 찬물 가득한 아침 세숫대야에 씻겨나듯이,
작은 고통들에 마음 아파하는 부끄러운 자신을 청산하고
더 큰 아픔에 눈뜨고자 생각에 잠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