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나무는 아름답다.
수직의 나무들은 아름답다.
수직은 수평보다 아름답다.
수평은 존재의 힘이지만 수직은 아픔의 힘이다.
하늘로 행군하기 위해,
나무는 어둡고 단단한 땅속을 맨손으로,
맨발로 뚫어야 한다.
-.쓰러질 때마다
진실 한 조각을 주울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풀꽃들은
일어서기 위해 당당히 쓰러진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날밤, 나는 내 가슴 깊은 곳에 웅덩이 하나를 파 놓았다.
세상 속에서 마음을 다칠 대마다. 나는 내 안의 웅덩이를 들여다불 수 있었다.
-.내 안에 있는 나를 만나려면,눈물 같은 강을 건너야만 한다.
뉘우침이 나를 깨웠다.
뉘우침이 나를 밀고 갔다.
*이철환 산문집 ‘반성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