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나는 여자와 남자를 구별하기 싫다.
남녀가 동등한 세상이었다면 ‘아버지’문제가 요즘처럼 심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부권사회에서 남자의 역할이 추락할 땐 그 고통과 부담은 더욱 크다.
남성중심 사회의 닫힌 의식으로 인한 편견과 선입견은 남녀 둘 다에게 고통을 주는 게 아닐까
-.빵집과 서점만큼 기분 좋은 가게도 없다.
빵과 책, 둘 다 근사한 식사고 종착지는 몸과 마음이다.
둘 다 손으로 집으면 연인의 손을 만지듯 정다운 떨림이 느껴지곤 한다.
서점에 가면 나의 성장을 도운 책들은 거의 스테디셀러로 누워있다.
그 많은 책 중 까뮈의 스승 쟝 그르니에가 쓴 ‘섬’이 있다.
삭막한 이 시대에 시체 안치소에나 있을 경외감, 영혼이란 단어가 먼지를 털며 가슴속에 들어앉는다.
특히 그의 여러 책중 ‘섬’에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몇 번씩이나 해보았다.
그리하여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아보았으면 싶다....고독한 삶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삶 말이다.”
신현림 영상 에세이-'나의 아름다운 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