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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소음

  세계에서 가장 심심한 나라 영국,

한국 사람들이 가면 놀게 없어서 돌아오고 만다는 영국.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이라는 런던의 ‘히포드럼'도

서울 강남의 호텔 나이트에 비하면 건전한 수준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바로 그런 영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호프집과 레스토랑의 소음 수치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레스토랑이나 호프집이 시끄럽다는 것은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불평을 늘어놓을 만한 것도 못된다.

나도 가끔은 그런 곳을 찾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터미널 옆 ‘별다방’을 제외한 조용한 음악이 들리고 작게 얘기해도

대화가 가능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은, 누가 뭐라 해도 서글픈 일이다.

꽉 막힌 도로위에서 운전자들이 짜증처럼 토해내는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

일년 열두 달 쉬지 않고 도시 곳곳에서 들리는 건설 현장의 소음 소리,

심지어는 밤의 적막마저 무참히 짓밟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부터 도망쳐

지친 육신이 편히 쉴 수 있는‘조용한 레스토랑’이 그리울 때가 있다.

레스토랑이 아니어도 세상은 너무 시끄럽기 때문이다.

 

 건설공사현장에서 건설기계로부터 10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측정한 소음 수치가

100dB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퍼브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공사판에 자리를 깔고

드릴링 머신을 돌리며 막걸리를 들이키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정재승 저 ‘과학 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