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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서울 아이들은 소나기가 하늘에서 오는 줄 알겠지만

우리는 저만치 앞벌에서 소나기가 군대처럼 쳐들어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의 굴욕감보다는 할아버지의 상심에 더 위로가 필요할 것 같았다.

 

-.서로 무슨 말이든지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귀찮아서

 

-.핏빛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건들대는 수수이삭을 보고 싶은 것과 같은 감미롭고도 쓸쓸한 정서

 

-.입의 혀처럼 심부름을 잘 해야지.

-.전형적인 속물의 세계에서 별안간 우뚝 솟은 어떤 정신의 높이를 본 것 같은 화각

 

-.선생님이 나에게 바라는 유일한 기대를 배반할 용기가 없었다.

-.나는 이윽고 조용하고 비통해 졌다.

 

-.그날 우리 집이 청년들에게 당한 것은 깊은 원한이 사무친 조직적인 폭력이라기보다는

갑자기 억압이 풀리면서 억눌렸던 힘들이 그렇게 분출한 일종의 축제행사였던 듯 하다.

 

-.엄마도 나도 오빠의 행동을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세상의 누가 돌연 젊음을 엄습하는 병적이고도 무분별한 정열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있을까.

 

-.흥미본위로 잡다하게 취한 지식은 전혀 두서가 없어 꼭 정리를 안 하고 함부로 쳐 넣은 서랍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야말로 잡식에 머물러 있다.

 

-.어떤 의식을 가지고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라보기 시작한 시초

-.승리의 시간은 있어도 관용의 시간은 있어선 안되는 게 이데올로기의 싸움의 특성인 것 같다.

 

<박완서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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