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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가을은 교활한 악마

 

 올 가을들어 가장 낮은 기온이라고 한다. 하지만 날은 쾌청했다.

한낮을 택해 가을볕이 좋은 곳을 찾아 앉았다. 얼마전 가을비로 인해

계곡의 물소리가 제법 소리 전체의 배경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따금 까마귀 우는 소리,

멀찍이 산길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푸르름 가득한 그림 속 빨간 지붕의 집처럼 포인트를 주듯 들려왔다. 

 

책을 펼쳐 들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책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왜 다섯번이나 자살을 시도 했을까.

풍족한 가정환경 속에서 풍족하게 생활을 하였음에도 .....

 

인간 다자이 오사무의 속에 내재되어 있던 그 무엇이 그리 이끌었을것이다.

자전적 요소가 다분해 보이는 <인간실격>은 

뜻밖에도 에곤실레의 그림이 표지로 장식되어 있었다. 

 

책을 보다가 해바라기 하기를 반복하다가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양말까지 벗고 가만히 흙바닥에 발을 내 디뎠다.

모래와 불규칙한 크기의 돌들과 토토리 껍질과 나뭇가지들이 뒤섞여 발바닥에 자극을 주었다.

가만가만 발을 옮겨 가능한 내 발이 견딜 정도의 자극이 느껴지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반자살을 기도하여 다자이 오사무만 살아남은 적도 있다고 하였다.

마지막 5번째는 동반자살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39살.

 

바람이 불어오니 제법 찬 기운이 얼굴을 스친다.

내가 앉아 있던 곳이 그늘이 지고 해는 다른 곳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양지바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영롱한 이슬을 먹고는 속에서 독을 만드는 파충류가 존재하듯

누구나 부러워마지할 환경 속에서도 누구는 스스로 삶의 마감을 꿈 꾼다.

"가을은 교활한 악마다. 여름 사이 모든 단장을 마치고 코웃음을 치며 웅크리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는 또 다른 책에서 가을을 그렇게 매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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