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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가을엔 모름지기

떨어진 낙엽들이 휘이익~ 지나가는 자동차를 따라간다.

그러다 이내 따라가기를 포기하고 주저앉고 만다.

그 모습이 조금은 쓸쓸하고 외롭게 보이네

 

여름이 지나고 나니 여름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들이 떨어진 낙엽을 따라 온다.

역시, 가을이야.

 

한여름 공사를 하던 계곡에는 근사한 쉼터가 만들어졌다.

철쭉과 맥문동을 나무 아래와 길섶에 열을 맞춰 심어 놓았다.

책을 보다가 하늘과 나무를 보다가 

시원치 않은 매미 소리를 듣다가 그보다 커진 귀뚜라미 소릴 듣는다.

흐르는 물들은 돌틈 사이 생긴 모양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

또르륵 또르륵~ 조르륵 조르륵~ 심지어 내 뱃속 소리처럼

꼬르륵 꼬르륵~ 소리도 들려온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그리 멀지 않은  숲 속에선 유치원 아이들의 소리.

 

두리번 거리며 떨어진 밤송이를 줍는 사람들도 보인다.

며칠 전 운이 좋은 날엔 내 앞에 밤송이가 두 개나 떨어져 갈라지며

밤을 토해 낸 적도 있었다. 

운은 좋았지만 가을은, 어쩔 수 없이 휑~하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과 유난히 추울 겨울 사이엔 떠나야 하는 것이다.

가을엔 떠나지 말라는 최백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된다.

시쳇말로 고독이 몸부림 칠 때까지 놔 두어서는 더욱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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