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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가을 햇살 아래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앉아 있다보면,

대왕이 디오게네스에게 원하는게 뭐냐고 했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대왕인, 당신 때문에 그늘이 생겼으니

햇볕을 쪼일수 있게 내 앞에서 비켜달라고 했을지 이해가 간다.

 

가을 햇살을 받으면

몸이 부풀어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이럴땐 시간이 줄줄 새지않고 흐르는 시간을 누리고 있는 기분이 든다.

가장 단단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휘이익~~

바람이 한차례불자 허공에서 맴돌던 하루살이가

와이퍼가 물방울 거둬가듯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미풍에도 살랑거리던 풀잎들은

사정없이 베어져 짤막해져서 웬만한 바람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사춘기가 지난 아이처럼 제법 듬직해진 것이다.

 

모기향 하나 놓아드릴께요.

소풍을 나온 한가족이 고맙게도 살그머니 내 옆에도 모기향을 놓고 간다.

 

 

 

 

이런 고마운 분이 계신가하면

다른 앉을 자리 다 놔주고 굳이 내 옆에 와서는

"어이구~~정력도 좋으시네~ 책도 다 읽으시고" 하면서 말을 시킨다.

속으로 '시력이면 모를까 웬 정력?'

 

돌아와 생각하니,

외로워서 그랬을텐데, 몇 마디 말이라도 건넬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그러다가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원치않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도 곤혹스러웠을거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은행나무 열매는 이미 은행잎 보다 먼저 노래져 떨어지고

단풍나무 씨앗도 잎보다 먼저 붉어진 그런 가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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