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이 집에 온다는 연락이 왔네
- 왜? 엄마가 아파서 병문안 하려고 오나?
- 아니 아프다는 이야기 안했어.
- 근데 무슨 일로 새벽같이 온데?
- 밤새 시위현장인 남태령에 있었데.
딸아이는 시간만 나면 시위현장으로 달려가곤한다.
그때마다 우리는 걱정이 되어 "저쪽 사람들 근처에 가지 마"라는 말을 하였다.
저쪽 사람? 그렇다 저쪽 사람이란 말을 쓰고 있단 사실에 우리 스스로도 놀랐다.
어쩌다가 우린 이쪽 저쪽 나뉘어 극렬하게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나.
물리적 충돌도 벌어지고 있어 심리적 내전 상황이 폭발 직전처럼 여겨진다.
국내외적으로 힘을 모아도 쉽게 헤쳐나가기 힘든 정세 속에
국력이 엉뚱한 곳에 쓰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고 허망하기만 하다.
이런 와중에 마가렛이 이틀간 거의 물만 마시고 지내고 오늘은 그나마 좀 나아졌다.
지난 주에는 내가 아팠다.
많이 걸어 피곤했지만 탁구를 쳤던 날이다.
다리가 뻐근한 정도였는데 다음날 일어나니 고관절 부근이 아프고 구부리기가 힘들었다.
정형외과를 갔더니 사진부터 찍으란다.
큰 이상은 없고 무슨 석회질이 고관절 부근에 있는데 정확히 통증의 원인은 모르겠단다.
간호원에게 주사를 놓아드리라고 하더니 옆 진료실로 다른 환자를 보러 갔다.
그리곤 다른 이야기가 없다.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하지도 않고, 약처방도 해주지 않았다.
며칠을 불편한대로 지냈고 운동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슬그머니 나아졌지만
나이들면서 몸이 예전같진 않다는 걸 우리 둘 다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사상 최대의 산불이 잡히지 않는 가운데 비마저 내리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라가 아프고, 국민도 정치인들로 인해 아프고, 우리 둘도 아프다.
어쩔 수 없는 아픔이야 감내해야 하겠지만, 재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가 아무런 도움도 되기는 커녕 더 열불나게 하는 듯해서 치유는 요원해 보인다.
산에 오르니 진달래와 산수유도 피어 있고 LG가 연승을 하고 있어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