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크 길을 걷다가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내려섰다.
건조한 날씨 속에 얼마전 온 눈으로 그나마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상선약수라고 했던가.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도와 가까운 것이다.
물을 막아서는 것이 있으면 물은 다른 곳으로 휘돌아 흐른다.
거역하거나 역류하는 경우가 없다.
그래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연스럽지 못 할 때가 많다.
모든 일에 어깃장을 놓기도 하고 심드렁하고 삐딱하게 보기도 한다.
한 시간 후면 후회 하리란 사실을 알면서도 천연덕 스럽게 하기도 한다.
그러고나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고한 척도 잘한다.
나를 위한 면죄부는 수도없이 남발을 한다.
면죄부에 다른 사람 이름을 써 넣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렁이는 물 위로 햇살이 비추고
잎이 없는 나무 가지들이 물이 흔들려 휘어져 보인다.
몽환적인 비구상 작품을 보는 듯도 하다.
물 소리를 듣는다. 당연한 일이지만
좁은 곳과 넓은 곳의 소리가 다르고,
떨어지는 낙차에 따라 다르고 떨어지는 바닥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 미세한 주변의 차이에 따라 물은 서로 다른 소리를 내며 합창을 한다.
물들이 서로 연습을 하지 않았음에도 소음처럼 들리지 않는 것은 왜일까?
계곡을 따라 걷다가
작은 새를 만났다. 노랑 할미새.
작은데다가 재빠르게 움직여서 사진으로 담기 힘들었다.
확대해서 보아야 새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많은 사진 중에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아마 집수리를 위한, 생존을 위한 행위일 것이다.
새와 달리 나는 생존과 안전이 어느 정도 담보가 되어 있음에도 허기져 있다.
상선약수는 노자의 도덕경에나 있을 뿐 내 속에 머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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