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여름에게 뒤로는 겨울에게 많이 잠식당해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짧아질 것 같다.
그러다보니 기회만 닿으면 배낭을 메고 산으로 갔다.
두둑한 내 배낭을 보고 산에 오래 있을거냐고 물었다.
얼마나 있을지 나도 모르겠네~
바람 한 점 없는 날이다. 그렇다보니 산입구에 들어서자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숲속으로 들어서자 유치원 아이들이 야외학습을 하고 있다. 소리의 8할은 아이들 소리다.
계곡 가까이에 가서야 또로록 작은 물소리가 들렸다.
가을이 되니 나무들도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든 것 같다.
침묵을 깨트린 것은 밤과 상수리나무 열매가 후두둑 하며 떨어지는 소리였다.
까치 한 쌍이 나무가지에 날아와 앉자 가지가 휘청이고 이파리 한 장 팔랑~ 떨어진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피해다녔던 햇살을 지금은 찾아다니는 철이 되었다.
작년에 해바라기 하며 쳐다본 나무를 올해도 본다. 아마 내년에도....
두런두런 등산객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다 사라지면 그 사이를 계곡의 물소리가 채워준다.
내가 좋아하는 자리를 찾아 앉아 책도 보고, 멍~ 때리며 주변 나무들도 보고,
비스듬히 반쯤 누워 하늘도 보다가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 본 생경한 풍경 하나.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위를 가로질러 나풀나풀 하얀 나비가 날아간다.
살날이 얼마남지 않은 나비가.....
안쓰러워 멀리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보았다.
횡단보도를 건네주고 바라보는 어린 학생의 학부모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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