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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차라리 황량했으면...

어릴적 무작정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간 적이 있다.

그냥 끝에 뭐가 있을까 궁금하여.....

 

바다를 보러 동해 바다까지 가거나

갈 때까지 가 보자고 땅끝마을까지 가거나

대륙의 끝 호갓곶까지 가거나

 

누구나 그렇게 끝까지 가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그곳에 무언가를 쏟아내고 오기도 하고

다녀 오는 중에 뭔지 모를 응어리가 풀어지기도 하니까.

 

4호선이 연장되었다는 이야기를 진즉에 들었건만

이제서야 끝까지 가 보자고 나섰다.

 

서울 당고개 역을 벗어나 경기도 별내별가람역, 오남역을 지나

마지막역인 진접역에 내렸다.

잘 가꾼 푸르른 나무들이 보였다. 다가가보니 조화였다.

눈으로만 봐 달라는 문구까지 있어 만지기 전에는

조화인지 눈치채기 힘들 정도여서 페인트 모션에 속은 기분이 들었다.

 

밖으로 나오니 역 주변으로 높은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차라리 황량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그랬다면 뭔가를 슬쩍 쏟아버리기 쉬웠을텐데...

 

 

진접역 - 눈으로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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