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시간.....
이 책 저 책을 뒤적거리며 들여다보지만
머리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TV를 켜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러다 손흥민의 골 모음을 보여주는 채널에서 멈췄다.
손흥민이 골을 넣고 세레머니 하는 장면을 연이어 보여준다.
이름하여 손흥민 골 BEST
언제보아도 신나는 일이지만 오늘은 시큰둥 하다.
TV를 끄고 컴퓨터를 켠다.
인터넷 바둑을 접속하니 이 밤에도 수많은 사람이 자지않고 대기하고 있다.
한 두판을 두고 피곤한 눈을 쉬려 눈을 감아보지만
이미 잠은 달아나고 시간은 버려져 갈 곳을 모르고 있다.
다시 TV를 켜고 영화를 본다..... 화양연화.....
느릿느릿 슬로우 모션으로 장만옥과 왕조위가 걷는 뒷모습이 나타났다.
흐느끼는 듯한 현의 떨림에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구어야 할 듯 애조를 띈 배경음악이 곁들여진다.
명화를 수면제처럼 사용하려 보고 있다는 사실, 장만옥과 왕조위는 기가 막힐 일일 것이다.
덕분에 몸은 절인 배추처럼 늘어졌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창밖으로 하늘이 희뿌윰하게 밝아오는 것이 보이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출근을 하는지 아파트 입구 차단기가 연신 오르내리고 있었고
저만큼 버려진 시간이 구겨진 채 쓰레기 통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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