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오니 매일 보던 일상의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우선 천변의 나무들과 풀들이 엄청 자라서 건너편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우거지고
런던과 달리 깨끗하고 말끔한 보도블럭과 아스팔트 위의 선명한 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밤나무에선 짙은 밤꽃 향기가 진동을 하고
익숙하게 걷던 천변의 야자매트 길을 걸으며 둘러보니
내가 없는 사이에 이팝나무 꽃은 벌써 피었다가 져서 푸른 잎들만 달고 있고
지금은 붉은 양귀비 꽃과 노란 금계국이 천변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 달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의 변화가 크니 내가 또 다른 여행지에 온 기분이 들었다.
만나는 친구들과 사람들도 더 오래간만에 본 듯하고
장을 보러 간 슈퍼에서도 보는 품목들 하나하나가 정겹게 눈에 들어온다.
관리실에선 우리집으로 온 우편물과 신문들을 모아두셨다가 내어 주셨다.
묵은 신문을 뒤적이면 여행 중에 휴대폰으로 본 소식들을 새로운 버전으로 알려주었다.
시차 적응이 안된 기간 동안에는 잠이 오지 않는 늦은 밤
인적이 거의 없는 밤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문득 '왜 거리에 사람이 없지?' 하다가
그제서야 시계를 보고는 12시가 넘은 걸 보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던 일상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이는 것이다.
'일상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물을 3번 끓였다. (0) | 2022.06.28 |
---|---|
별나게 사는 사람들 (0) | 2022.06.22 |
떠나도 현실을 벗어나긴 힘들어 (0) | 2022.06.12 |
실수도 전염이 되는가 (0) | 2022.04.26 |
끝없이 적응해야 하는 삶 (0) | 2022.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