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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커피물을 3번 끓였다.

매일 아침 식후에 내가 하나는 커피 타는 일.

커피 한잔 마시자며 물을 붓고 커피 포트의 전원을 켰다.

그러다가 오늘 기온이 높아 더울 것 같으니 일찍 화단에 나갔다가 들어와서 마시자고 해서 화단에 나갔다.

자두를 몇 개 따고 시든 잎들을 따주고 죽은 가지를 자르고는 곧 기온이 올라가는 기미가 보여 들어왔다.

다시 커피 포트의 전원을 눌러 다시 물을 끓였다.

 

"날이 더우니 냄새가 나네~~음식물 쓰레기 좀 버려줄래요?"

음식물수거함도 변함없는 친절하고 상냥한 말씨로 "배출하신 양은 350g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와서 다시 커피 포트의 전원을 눌러 식은 물을 끓였다.

 

그런데 세탁기가 빨래를 다 끝냈다는 신호음을 보냈다.

"빨래가 다 되었네~" (이 말은 '세탁기의 빨래를 건조기로 옮겨 줄래요?'의 뜻이다.)

빨래를 건조기로 옮기고 다시 식은 커피물을 끓이기 위해 전원 버튼을 눌렀다.

커피 포트는 어김없이 '삐~~ '소리를 내면서 물을 끓이겠다는 대답을 짜증내지 않고 충실하게 되풀이 하였다.

 

"ㅎㅎ 3번 끓인 커피물이라 커피가 더 맛있으려나?"

 

그리하여 오늘은 3번 끓인 물로 커피를 끓여다가 바치고 나도 마셨다. 

3번 끓이면서도 난 한번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커피포트처럼, 음식물 수거함처럼, 세탁기처럼......

그리하여 나도 로봇이 되어가는 지도 모른다.

 

아~~!! 그렇다고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나를 하인 대하듯 하는 건 아니다. 

다른 더 크고 중요한 일은 내가 하지 않으니 말이다. 

나를 종 부리듯 하지않듯 나도 그리 하지 않는다.

그저 역할 분담이 적절히 되어 있다는 자랑질일 뿐. 

 

 

오가피 나무에 달팽이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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