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묘지에 오면 음산한 느낌보다는 공원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더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여행 중에 만나는 묘지들은 공원이란 생각으로 들르게 된다.
작은 예배당은 망자와 그의 넋을 위로하는 후손들이 함께 하기 좋은 장소라 여겨지고
서로 다른 묘지석은 각 개인과 집안의 역사를 나타내는 것 같다.
그 누구나 죽음의 길을 향해 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죽음 이후의 모습은 알지 못한다.
서울에선 이미 떠나올 때 꽃이 저버린 수선화가 이곳에서는 한창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이 지긋한 부부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정겹다. 우리도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구름은 바람이 하는대로 몸을 맡겨 흩어졌다 모이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는 어느 곳이 명당인지 더 좋은 자리인지 따지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성인이라도 부모는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아이는 아랑곳 않고 끝까지 가곤 한다.
상념과 추억에 젖기 좋은 장소. 망자들의 후손이라면 더더욱....
멀리 지나가는 차들을 보자 잠시 떠났던 현실로 되돌아왔다.
공동묘지가 주는 스산함은 초록이 가득한 봄엔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목표로 가고 있는 스털링 성이 저만치 보이고
그리 위압감을 주지 않는 적당한 크기의 나무들이 여기 저기 묘지기처럼 서 있었다.
한번씩 앉아 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다 떠나고 빈 벤치만 남았는데 파란 하늘이 열리니 그다니 외로워보이진 않고
뿌리로 월동을 해서 봄이 되면 노랗고 예쁜 꽃을 피우는 수선화는 망자가 좋아했다면 권장할 만하다.
바람이 옮겨다 주었을 아주 적은 양의 흙먼지에 뿌리를 내려 꽃까지 피우는 것들은 강하면서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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