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교에서

자네는 총각이라 안되네~

 

그 사건을 TV로 다시 보고 있노라니 40년도 더 지난 초임교사 시절이 떠올랐다.

 

방영된 사건 내용은 당시 서울대출신의 한 중학교 교사가 20여명의 여중생을 성폭행해서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으로  그에 그치지 않고 놀음빚으로 한 학생을 납치 살해하는

믿기 힘든 사건이 일어난 것이었다.

 

이름도 생생히 기억나는 주영형 교사 사건.

 

내가 교직에 발을 들여놓고 동기 여선생과 함께 처음 발령을 받은 학년은 4학년이었다.

나이 많으신 여자 주임 선생님은 여걸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카리스마와 포용력이 있는 분이셨다.

호탕한 웃음 소리가 인상적인 분으로 학년 선생님을 다독이며 학년 운영을 잘 하셔서 학년 분위기도 좋았다.

동학년 선생님들 모두 그 주임 선생님 초대로 선생님 댁에도 놀라가곤 했었다.

 

함께 지내면서 의기투합했던지라 일년이 지나고 헤어지게 되는 걸 선생님들 모두 아쉬워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데리고 5학년으로 올라가서 함께 또 같은 학년을 하자고들 하였다.

나도 그리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들 5학년을 하고 싶다며 5학년을 희망하였다.

그런데 학년 배정을 발표하는 날 뚜껑을 열어보니, 같이 4학년을 했던 다른 선생님들은  다 원하는대로

5학년을 배정을 받고 얼싸안고 좋아하는데 나만 달랑 5학년 배정이 되지 않았다.

 

나만 그대로 4학년에 배정이 되어 외톨이가 된 듯 몹시 서운했다. 

같은 동기 여선생도 5학년에 배정이 되었기에 형평에 어긋났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치 같은 조건에 나만 승진을 못하고 밀려난 기분까지 들었다.

 

그때 나를 5학년을 주지 못한 배경을 나중에서야 듣게 되었다.

총각 선생님은 5,6학년은 줄 수가 없다는 방침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 하였다.

그 배경에는 주영형 교사 사건이 있음은 물론이다.

40년도 훨씬 더 지났음에도 그 교사 이름은 잊혀지지않고 각인되어 내 머릿속에서도

프로그램 제목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풀려 나왔다. 그때 일들이......

 

 

 

오래전 현장학습....

'학교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생님이 이쁜 이유는?  (6) 2023.03.05
해마다 이 맘 때 쯤에...  (0) 2022.04.06
다섯 가지 사랑하기  (0) 2021.07.23
교장 선생님의 분노  (0) 2020.08.19
옥수수빵  (0) 2019.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