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의 분노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이해찬 대표 관련 신문 광고를 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났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5공 청문회 당시 관련 당사자들을 매섭게 추궁하던 검은 뿔테 안경의 이해찬 국회의원.

기자를 향해 "이 XX 자식"이라고 째려보던 최근 얼굴. (내 추측컨데 이 망할 자식이 아니었을까?)

각지고 마른 얼굴에서 풍기는 건조함과 엄격했을 자기 검열, 그리고 대쪽같은 이미지.

'선거의 달인'이라는 별명처럼 이번 총선은 물론 진두 지휘한 선거에서 대부분 승리한 정치인.

그리고, 또 이런 기억도.......................

 

 

오래 전 내가 근무하던 학교 교장 선생님이 사석에서는 물론, 공식 석상에서도

막말을 섞어가며 화가 난 속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흥분한 적이 있었다.

바로 이해찬 대표가 교육부장관을 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교사들 정년을 단축하면서

나이든 교사 1인이면 젊은 교사 2인을 채용할 수 있다는 단순 경제 논리로 정년을 단축 시킨 것이었다.

물론 교사 집단 이외의 임용대기자를 포함한 대다수 국민들은 찬성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교사들을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가려는 듯한 기사들도 있었다.

 

나는 아직 젊기도 했고, 내가 60 넘어까지 교직에 머물러 있으리란 생각을 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그다지 내게는 와닿지 않았지만 교사 집단을 단순 경제논리로 따져 정년을 갑자기 단축 시키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개혁이란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어느 정도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어야 했다는 생각이었다.

단순히 대부분의 여론이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개혁으로 인한 부정적인 점도 고려해야 했다.

그것이 백년지대계라고하는 교육 개혁 에 있어서는 당연한 고려사항이 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당시 교장 선생님은 몇 년 더 남은 동안 이런저런 개인적 계획이 있었을텐데,

느닷없이 쫓기듯 물러나게 되어 멘붕에 빠진 것이었다. 그 교장 선생님이 워낙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여서

당시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들은 일종의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교장 선생님이 물러나게 된 것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일방적 정년 단축에 대한 정책에는 반감이 컸다. 하지만 그런 교직 내부의 목소리는

언론에 미미하게 보도될 뿐 반영되지도 않았고 정년 단축은 시행되었다.

 

어쨌거나 몇 달 후 그 교장 선생님은 학교를 떠났고, 후에 병으로 고생한다는 소문 만을 들었다.

그 분의 이야기를 전해준 분은 '일종의 홧병이 아니었을까?'생각하신다고.....

워낙 다혈질에다 사람들 앞에서 일장 연설 하기를 즐겨하던 전형적인 권위주의자 타입이었다.

월요일이면 운동장에서 추우나 더우나 전교생을 세워놓고 운동장 조회를 했다. 매번 첫 마디는

"7월 몇 째주 월요일입니다." 로 시작했다.

'도데체 매번 몇 월 몇 번째 월요일인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는건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평소에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하달하는 지시는 철저하게 이행하고 따라야 한다고 하시던 분이

하루 아침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신듯 본인도 돌변하여 마구 욕을 해대곤 했다. 

 

어쨌거나 당시 2만 명의 고령 교사들이 학교를 떠났다.

그 이후로 명예퇴직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60대 교사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특히 나이든 여선생님들이 부담을 가지고 많이들 물러났다.

당시 한 여선생님이 아직 한참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가 나이가 가장 많은 왕언니가 되어

부담스럽다며 명예퇴직으로 학교를 떠나는 경우도 보았다. 그렇게 도미노 현상처럼 60대 교사가 물러나더니

50대 후반 선생님들이 하나 둘 물러나 50대 후반 여교사도 드물게 되었다.

경험 많은 교사들이 갑자기 사라지자 중간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관리자인 교장, 교감과 젊은 교사 간에 중간 역할을 할 교사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학교는 갑자기 젊은 새내기 교사들이 늘어났고,

젊은 교사들을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은 환영하는 한편으론,

학부형들이 젊은 교사들을 만만하게 보고 교육에 간섭하는 일도 잦아졌다.

당연히 교사와 부형 사이의 갈등도 종종 불거지곤 했고 더불어서 왕따니 학교 폭력 관련 뉴스도 봇물 터지듯 하였다.

나는 그것이 갑작스레 이루어진 정년 단축 시행도 한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급격한 변화로 교사들 사이에도 세대차이가 느껴지고 세대간의 대화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것이 시대 흐름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혁을 혁명처럼 했기에......'

 

 

'학교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네는 총각이라 안되네~  (0) 2022.04.01
다섯 가지 사랑하기  (0) 2021.07.23
옥수수빵  (0) 2019.06.07
퇴임사  (0) 2019.02.26
어느 초여름 저녁에....  (0) 2018.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