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여행 때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을 꽤 인상깊게 보아서 알게 된 건축가 안도 다다오.
지난번 원주 여행 때 뮤지엄 산을 보러 간 계기도 되었다. 강한 선을 보여주는 노출 콘크리이트 건물에 결벽하다 할 만큼 장식을 배제한 건축물을 보여주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보고 나니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보게 된 책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본인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쌍둥이 중 형으로 태어나 어머니 집안에 대를 잇기 위해 외가로 보내져 외조부모 밑에서 자라다 후에 외할머니와 단 둘이 생활하게 된다. 외할머니는 한번도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다고....
내가 머리속에 그린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우선 나는 그의 건축물과 그리고 그의 사진, 정식으로 건축을 배우지 않은 건축가 등등에서 어떤 예술적 감수성을 지닌 여린 사람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개구쟁이이고, 싸움도 잘하고, 권투 선수로도 활동했다는 사실에 화가 에곤 실레가 떠 올랐다.
에곤 실레도 거친 성정에 싸움과 살인까지 망나니였으나 그림에 있어서는 천재적이었던 사람이라 에곤 실레 이야기를 읽었을 때 아주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안도 다다오는 일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태만하다 싶으면 가차없이 불호령을 날리는 인물이다. 더구나 그의 책상은 일층 현관을 보고 있고 위로 뻥뚫린 독특한 공간으로 그가 이야기하면 다 들리게끔 설계되어 있었다.
그가 건축가의 길로 들어선 결정적인 계기는 헌책방에서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 작품집이었다.
그도 독학으로 공부한 건축가이며 기성 세대와 싸우며 길을 개척해 나간 건축가이다.
안도 다다오가 독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집안 사정도 넉넉하지 못했고 어릴적부터 공부를 하지 않은 탓에 학습 능력도 딸려서 대학 진학은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일을 하면서 궁금한 것은 스스로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독학은 현편상 부득이하게 택한 길이었고, 건축을 몸으로 배웠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가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기 위해 64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자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에 간 이야기는 안도 다다오가 어떤 인물인지를 잘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가 파리에 도착하기 몇 주전 그 코르뷔지에는 사망하고 말았다. 읽으면서 안도 다다오는 거침없이 행동하는 모습에서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조르바와 흡사하다는 인상도 들었다.
안도 다다오는 함께 건축 사무소에서 일하는 자신들을 '게릴라 집단'이라 칭하면서 기성 사회와 투쟁하는 삶을 선택한 체게바라에게 영향을 받았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건축 설계 작업을 하면서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 발주자들과도 의견충돌을 빚는 장면에서는 문화 충돌을 느끼기도 한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 안도 다다오 지음 / 이규원 역 / 안그라픽스 >
다다오가 처음 설계한 노출콘크리이트 건물
베네치아에 있는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 - 궁전 앞 낮은 건물 그리고 아래는 내부 전시 모습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의 내부 외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