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두 여자의 코로나 시대 런던 생존기이다.
런던에 유학을 가기로 결심한 여자와 런던에서 새로운 직업을 얻어 생활하게 된 여자,
이제 막 40줄에 들어선 두 동창생의 이야기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재택근무와 재택학습으로 꿈같은 런던의 생활이
무미건조해질 수도 있을 법 한 상황에서 같이 동거를 한 9개월간의 기록이다.
여행자로서의 기록이 아닌 함께 런던에서 살아가며 겪는 이야기라 런던 사진 한 장 들어가 있지 않다.
서유진 장혜림 두 여자가 번갈아 가며 기록한 런던일지.
관광 명소등이 등장하는 런던의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천만에 말씀이다.
서울과 런던에서 따로 떨어져 있으면서 런던의 월세방을 구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무엇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인데 한국에서의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일단 고기와 우유가 싸고 맛있다는 것만 제외하곤 우리가 쉽게 살 수 있는 재료가
런던에는 없거나 있더라도 무지 비싸다는 것.
한 마디로 매일 매일 삼시세끼를 먹는 생존 자체가 일상이 되어버린 먼 런던에서의 생활.
식구 이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 해 본 적없이 40년을 살아온 두 여자의 글 속에는
서로 다른 취향을 엿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고 서로 그러려니 하다 벌어지는 오해도 실려 있다.
윔블던 테니스 경기 티켓 신청하다가 생긴 오해도 솔직한 속내를 밝히며 서로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된다.
그리하여 먼저 죽으면 런던에 메모리얼 벤치를 만들어 주겠다는 최고의 친구가 된 것이다.
누구나 다 그러하듯 같은 점은 같아서 좋지만 다른 점은 서로서로 맞추어 가야 하는 이인삼각의 삶이다.
영국 사람들의 개인 방역의 개념이 우리와 전혀 다른 것도 맞추기 힘든 것이었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 근무도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어서 두 걸음 걸어 모니터 앞으로 가면 출근이니
아랫도리는 아무거나 걸쳐도 되어 편하지만 모니터를 마냥 보고 하는 줌회의는 엄청 스트레스란다.
그나저나 고생스런 런던일지이기는 하지만 비싼 물가와 월세를 물어가면서도 생활 가능한 사람들이니 부럽기도 하다.
책에는 런던 사진 한 장 들어 있지 않으니 대신 내가 런던 여행에서 찍은 사진 몇 장을 올려본다.
<밑줄긋기>
- 스무살에 만난 우리가, 스무 해를 지나, 그때는 생각한 적도 없는 일을 하며 서로 각자의 길을 걷다가,
여기 런던에서 다시 만나 같이 살게 되다니. 혜림이와의 동거는 2021년 1월 28일부터 시작되었다.
- 그래 이거지~ 역시 남이 차려주는 밥이지....
라며 감탄을 쏟아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행복감이었지만,
역으로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외식이 힘들 일도 아니었다.
'당연한 것들'에 대한 절실함과 고마움은 개인의 방역 개념이 한국과는 전혀 다른 런던에서 더 크게,
더 강하게 온몸으로 다가왔다.
- 나에게 완전히 의지하는 존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 전문가들은 가까이서 상대방의 눈을 계속 주시하는 것과
자기 모습을 실시간으로 계속 보는 게 상당히 피곤한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대면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바디 랭귀지 같은 비언어적인 신호가 줌회의에선 없다보니
의사소통에 더 노려을 기울여야 한다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카메라를 꺼두라고 한다.
- 사람의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보이고,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지만
마음은 입으로 뱉어내는 말 그 이상의 것들로 느껴지므로 나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혜림이도 알고 있었다. 나는 혜림이가 서운해할 거라는 것을 혜림이는 내가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상대방으로부터 전해지는 감정을 느끼는 것과 상대가 그 감정을 말로 전하여 알게 되는 것은 다른 것이다.
- 런던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매년 여행을 가면 돌아오기 싫었고
출국날 길에서 아무나 붙잡고 결혼해 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았다. 혜림
<우리는 어쩌다 런던에서 / 서유진 장혜림/ 하모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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