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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혼자에게

- 뭔가를 빨아들이려면, 작은 것을 커다랗게 느끼려면,

미지근하기만 한 대기를 청량한 것으로 바꿔서 받아들이겠다면 어느 정도 메마른 상태여야만 가능하다.

 

- 작가 앙리 트레데릭 블랑의 말처럼

"산꼭대기에서 장관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쓸모없는 히말라야처럼, 별 쓸모는 없을지라도 그 자체가 진실"

인 것이고 그것이 나 자신일 것이다.

 

- 그런 사람이 옆집에 살았으면 좋겠다.

각자의 뒷모습을 공유하는 사이였음 좋겠다.

그럴듯하거나 그럴 만한 별 기분도 아닌 상황에서 팝콘 터지듯이 웃어 젖히는 사람.

서서히 뭔가 마음의 작동을 시작하는 사람.

나에게 오지 않아도 좋고, 나를 좋은 친구라 인정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렇게 믿는 거리에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잘하는 게 많지 않은 사람.

서로의 어떤 부분에 대해 남에게 함부로 말을 옮기는 일을 하지 않는 그런 사람.

다른 사람을 들여다볼 때나 세상을 내다 볼 때는 광각렌즈와 망원렌즈, 모두의 사용이 가능한 사람.

 

-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삶에 나는 반대한다. 우리가 눈물을 흘리면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이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사는 삶보다 훨씬 더 쉽다는 것도 알게 된다.

 

- 어느 낯선 카페나 어두운 골목에 가서 알게 되는 것중에는

그곳에 누군가 남기고 갔을 감정의 인기척들이 고스란히 남아 감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 선택해야 할 순간에 막상 선택보다는 망설이는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는 것이

사는 일의 속성이겠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망설이는 일을 그만 두기로 했다.

무조건 선택하고 나서 후회할때 후회하더라도 왠지 그것이 살면서 뭔가 밀고 나가는 기분이 들어서라고 해야 할까.

 

혼자가 혼자에게 / 이병률 /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