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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하기 힘든 말

하기 힘든 말이 있다.

-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지~

- 아니 그걸 꼭 말로해야해~

 

그냥 느낌만으로도 다 알 텐데, 꼭 그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차마 꺼내지 못하는 말인데.....

아마 확인하려 드는 것일 수도 있고,

'니가 싫다고 했으니까~ 내가 그러는 거야'라는 생각에

본인은 상처받지 않으려는 책임전가의 심리에서 나오는,

자기 행동의 정당성을 확보해두려는 이기적인 마음 아닐런지.....

그것도 아니라면 희박한 경우겠지만 정말 둔감해서 콕집어 말로 해야 하는 사람이거나.....

 

가까운 사이엔 싫어한다는 걸 말로 하지 않아도 안다.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하는 배려에서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까운 사이엔 더욱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섣부른 충고는 금물이다. 충고를 안해도 이미 알고 있다.

 

미묘한 말에 대한 이야기라서 일본말의 미묘한 뉘앙스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이해는 가지만, 마음까지 울리지는 않는, 그리하여 조금은 덜 공감이 가는 책이다.

그래서일까?

책 말미에 한국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의 동의를 얻어 의역한 부분이 있다는 내용도 실려 있었다.

아마 우리 말로 이런식의 책을 낸다면 참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보았다.

 

 

 

<밑줄긋기>

 

-결혼은 하고 싶은데, 상대가 없다는 말을 꼭 내 입으로 들어야 직성이 풀리겠니?

 

- 강아지파? 아님 고양이파? 이런 질문도 왠지 호들갑스럽게 느껴져서 안 한다. 굳이 파벌을 나눌 일도 아니다 싶고....

 

- 서프라이즈. 아직까지는 하기 힘든 말이지만 머지않아 내 안에서도 해금 조치가 내려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런 미묘한 경계에 놓인 말이다.

 

- 취재차 촬영하러 온 카레라맨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자, 가슴을 당당히 펴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져요!"

나는 엉겁결에 "뭐라고요?"라고 받아칠 뻔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져요"는 상당히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말이니만큼

자칫 잘못하면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서 써야한다!

남이 저지른 실수를 접하며 조금은 겸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 "결혼 안해?" 이 말을 들을 때가 그나마 꽃다운 거야~~

'근데~그 꽃은 아름다울까?'

 

<하기 힘든 말 / 마스다 미리 에세이 /이영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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