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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최선의 삶

 오래전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달콤하게 살고 싶지만

결코 그에 다다르지 못하고 결코 달콤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듯,

'최선의 삶'은 최선이라 믿지만 결코 최선의 삶은 아닌 이야기일거라 생각하며 읽었다.

세상도 뒤집어봐야 제대로 보이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책 날개에 달린 작가 자신의 소개글에 '내가 쓴 글들이 대신 말해줄 것이다'란 표현에서

자전적 이야기가 상당 부분 들어 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부정적인 표현이라 여겨지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읽게 하기 위함인지 모르겠으되

충격적이게도 평론가 신형철은 작가를 만나고 싶지않다고까지 썼다.

 

읽으면서 지적 충만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지 않고 마치 논픽션이나 르포 기사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비교적 꾸미고 치장하는 형용사가 별로 없이 짧은 단문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더욱 빨리 읽힌다. 

아이유가 추천했지만 어린 학생들을 위한 추천일 거란 생각.

 

강이, 소영, 아람 세 명의 중학생들이 가출을 감행한다.

한 때의 가출이 치기어린 중학생들의 낭만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가출의 시간이 길어지다보면 당연히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이 급선무다.

그 기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쩔 수없이 헤벌레하면서 달려드는 아저씨나 오빠들에게

위험을 감수하면서 빌붙어 해결하는 방법외에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 속에서 서로간 가출의 이유가 조금씩 다르다보니 친구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가출에서 돌아와서는 친구들끼리 서로 따돌리며 깊은 골이 생긴다.

누구를 따돌린다는 것은 강이의 말처럼 내 자신의 비겁함을 직시하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에

누구 하나를 선택해서 비웃고 따돌리는 것이다. 

 

'수렁에서 건진 내 딸' 처럼 아이들은 수렁 속에서 헤매고 방황한다. 

친구들 서로에게도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성장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성장의 상처가 너무 깊고 큰 것 같아 보였다.

 

읽고 난 뒷맛이 개운하지 않는 것은 현실에서 그런 상처를 가진 아이들의 거친 성정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 또 다른 상처를 남기고 사건 사고를 일으킬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선의 삶 / 임솔아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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