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선 깼는데
일어나지 않고 꾸물거리고 있으면,
탁탁탁~~칼질하다 말고 이따금 입에 넣어주는 게 있다.
눈도 안 뜨고 입만 벌리곤
'음~ 이건 오이네.'
'오늘은 당근이군'
'이번엔 파프리카~' 하며 받아 먹었다.
그런에 어느날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든 것은 바로 자두였다.
베어 물자마자 "와우~!!!" 하는 탄성이 절로 났다.
새콤달콤......한 것이 황홀하게 아침을 여는 맛이었다.
자두 철은 지났는데 과일 코너에 <추하자두>라고 적혀 있어서 산 것이다.
아마 가을에 딴 자두란 뜻으로 여겨졌다.
여름 자두에 비해 조금 큰데 신맛은 덜하고 단맛은 강해서 내 입맛에는 딱이었다.
그래서 과일코너에서 추하 자두가 보이면 꼭 사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 추하자두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 뒤로 아침에 내 입에 들어오는 것들을 맛보곤
"에이~ 추하 자두가 아니네" 하면서 툴툴 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 반복이 되자
"아무거나 주는대로 먹어" 하며 핀잔을 주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속으로는 한글자 더 덧붙였지?"
"무슨 글자?"
"처!.....주는대로 처 먹어 하고 싶었지?"
"그래~!!!"
그날 이후 더 이상 내 입으로 들어오는 건 없었다.
어쩌면 매운 고추를 넣을 기회를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은 우울한 아침이다.
이건 여름 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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