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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입만 살아서.....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서 열을 재고  QR체크인을 하고 들어가려는데

내 앞에 있던 분이 QR 코드가 나오지 않는다며 해줄수 있느냐며 휴대폰을 내게 내밀었다.

QR코드를 찾아주고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이번엔 카톡 대화창이 열리지 않는다며

또 내밀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각자의 볼일을 보러 가며 인사하는 마지막에

그분이 덧붙인 말은 "내가 입만 살아서......"였다.

 

손주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고 가르치려고만 하니 항상 뚱~한 표정이고,

전자 기기에 대해 물어보면 가르쳐 주기는 하나 '할아버진 그것도 모르냐는 듯한' 태도였을테니.

 

예전에는 경험많은 어른들에게 온갖 것들을 다 배우는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기가 나오고 새로운 걸 배워야 하는 시대다.

어린 아이들은 전자 기기에 익숙하고 물건을 구입할 때도 무인 상점 이용이 낯설지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요즘엔 반대로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배워야 하는 그런 시대가 된 것이다. 

 

세상이 변했으니 내가 변해야 하는데, 굳어진 예전 사고 방식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상대방의 사고만 바뀌기를 바래서는 안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이나 손주들에게

'내가 너희들에게 베푼게 얼만데......' 하는 생각에 노여움만 품고 있다면 더욱 거리만 멀어질 뿐이다.

'내가 입만 살아서....'라고 말씀하신 어르신의 표정에선 충분히 좋아질 거라는 게 읽혀졌다.

 

세상에 대한 나의 낡은 견해를 수정하고 고치기 보다는

그것을 끝까지 옹호하는데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는

고집센 노인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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