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문학상 수상 거부에 앞장 선 것이 기억에 남아 강한 이미지가 느껴졌던 작가 김금희. 그런데 글을 읽으면서 보니 외모는 물론 내면도 여린듯 여겨졌다.
매년 나온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초창기에 매년 구입했던 책이고 다른 수상집보다 상업적 성공도 거두어서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매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곤 했었고, 영화화된 작품도 많았었는데 작년에 수상거부 파동으로 치명타를 입게 되었다.
그리고 창작의 고통 속에 나온 시인이나 소설가들의 소중한 창작물들이 출판사들에 의해 값어치가 평가절하되어 문학상 거부사태나 소송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인기있는 대중가요 작사가가 연봉이 일억이 넘는다는 이야기와 비교되니 더욱 소설가들의 고통의 값어치가 너무 헐값으로 매겨지는 것 같다. 출판사측에서 3년간 저작권을 갖는다는 조건이었다니, 그동안은 수상을 조건으로 작가들의 고혈을 빤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작가 자신 20대에 IMF를 겪은 세대를 지나오며 부모의 노동의 가치를 생각하면서 작가로서 창작의 가치가 아닌, 노동의 가치를 묻고 있는 것이다.
창작의 가치를 출판사가 나서서 낮게 책정한 것이라니.
거위의 알을 좀 더 얻고자 거위의 배를 가른 것이나 진배없는 짓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다보니 이제 작가들의 글 속에도 코로나로 인한 갇힌 삶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작가들이란 사람들 속에서 그들의 삶을 가까이 보고 관찰하는 것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원천일텐데, 그럴수없음에 갑갑한 속내도 보인다.
작가 되어 11년가 모은 산문이라니, 얼마나 정제된 글일까? 생각하며 나도 글자 하나하나 쪼듯이 읽었고 만족스러운 편이나 내가 따라가지 못한 작가의 섬세함이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나의 이해력 부족 탓이려니......
작가 김금희를 만든 유년의 풍경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언제나 귤이었다'가 가장 아련하고 마음에 와닿는 것들이 많았다.
책 뒤의 부록에는 색인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이 책에서 가장 적게 쓰인 단어는 아주 진한 색으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가장 흐린 색으로 색인이 수록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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