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횡설수설

D.P. 개의 날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너무 순박하고 폭력적인면은 1도없어 '간디'라 불리우는 조석봉 일병은

입대전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정이 많은 청년이었다.

선임병 황장수는 후임인 조석봉에게 떠올리기에도 끔찍한 가혹행위를 한다.

그런 가혹행위에도 군대라는 특수상황 속이라 벗어나기가 쉽지가 않다.

아마 이런 지점이 분노의 지점, 이건 목숨을 걸어도 될만큼 확실한 지점이다.

헐크였다면 몸이 커지면서 옷이 찢어지는 순간 말이다.

 

모든 탈영병의 행동을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범죄인 취급을 받아 마땅한 탈영병들이 더 많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조석봉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니 동정을 넘어 공감에 가슴이 찡해온다.

 

조석봉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황장수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제대를 한다.

조석봉은 쌓이고 쌓인 분노를 가지고 탈영을 하여 황장수에게 간다.

 

많은 영화 대사에서 을이 갑에게 말하듯 조석봉은 총을 들이대며 황장수에게 묻는다.

"나에게 왜 그랬어요?"

관객이 묻고 싶은 것도 그것이다.

 

그런데 무릎을 꿇고 싹싹비는 황장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라는 말이었다.

 

복수극에서의 통쾌함보다는 씁쓸함과 허탈함이 더 컸다.

 

부모-자식, 선배-후배, 감독-선수, 상관-부하, 사장-직원.....

우린 수많은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가해자-피해자, 갑-을 사이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안일함이 숨어 있다.

그래도 되는 줄 안다는 것은 일방적인 것으로 상대방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공감을 못하는 사람은 항상 힘이 있는 갑의 편에만 서왔던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린 시절 당했던 폭력이 고스란히 내재되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결과를 예상하게도 된다.

 

어떤 경우라도 상대방을 조금만 더 배려하고 행동했더라면

극한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그래서 약자를 대할 때는 얕잡아보고 미물을 대하듯 해선 안된다.

그래도 되는 게 아닌, 그러면 안 되는 걸 알아야 한다.

인간대 인간으로서......

 

 

                  

원작자인 웹툰작가 김보통은 항상 얼굴을 가린 모습으로 나온다.

                        자신이 DP였기에 탈영병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을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도 군인 역할을 한 정해인은 곱상한 외모와는 다른 눈빛 때문인지 또 다시 군인 역할이다.

여기서 DP는 탈영을 한 군인을 체포하는 헌병들을 일컫는다.

여러 탈영병 이야기중 조석봉 일병의 이야기가 가장 가장 가슴 아프다.

 

'횡설수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 산은 내게  (0) 2021.10.02
오징어 게임  (0) 2021.09.30
그냥 릴렉스 하게...  (0) 2021.09.09
목소리도 크고 낯도 두껍고  (0) 2021.08.30
호텔 뭄바이  (0) 202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