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남녀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그냥'이란 대답이 가장 많았단다.
그냥.....
그냥이란 말 속엔 많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으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혼자인 지금의 삶에 변화를 주기 싫은 것도 있을 것이다.
'혼자여서 자유롭고 불편한 게 없는데 굳이' 하는 생각이 클 것 같다.
간절하지 않은 것이다.
나도 요즈음 그냥 산다.
조금은 널널하고 늘어져 산다.
그래서일지 걸음걸이도 많이 느려졌다.
그러다가 물컹물컹했던 모든 것이 긴장해서 탱글탱글 팽팽해질 때는
내 나름대로의 묘수를 찾느라 머리를 쥐어 짜며 바둑을 둘 때와
내가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팀을 향해 간절한 심정을 가지고 야구를 볼 때다.
그동안은 일상에서조차
알 수 없는 긴장감 속에 문어에게 쫓기는 열대어처럼 살았던 것 같다.
일주일 후에 있을 일에, 한 달 후에 있을 일에 미리미리 대비하고 잘 못될 일이 없을까?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지나고 보면 그렇게 아등바등,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잘못되면 그때가서 해결해도 될 일들을.
삶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 것 아닐까?
이룩해야 할 특별하고도 엄숙한 사명이 있는 것처럼 살아온 것 아닐까?
내 삶을 누구에게 프레젠테이션 해야 할 것처럼 말이다.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듯,
다가오는 것들에 힘을 빼고 반응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도 되는것을.....
그냥 읽고, 그냥 보고, 그냥 걸으며......
내 안에 문어는 이따금씩만 집어 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