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보고 있는 시리즈물에서
오래 전에 헤어져 죽은 줄만 알았던 남자를 만나는 여자 이야기가 있어.
그런데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상대방도 나처럼 그리워하며 만나고 싶어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 만나는데 다행스럽게 해피엔딩이었어.
남자도 똑같이 세월이 흘러 변해버린 모습을 보아도 여전히 그때 그 감정이 남아 있었던거지."
그러면서
"아~ 오래전에 헤어진 좋았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네~~
세월이 너무 오래 흘렀고,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라 연락할 방법도 없고......"
옆에서 내가 초치는 소리를 했다.
"상대방도 똑같이 그립고 보고 싶어할까?"
누구나 과거 나에게 많은 호의를 보내주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싶기도하고,
어리버리한 사회 초년병 시절을 지나 지금 그런데로 괜찮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리라.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뿐. 과거 상대방의 생각이 여전한지 아닌지,
더구나 과거, 의례적인 인사치레의 한 마디 말에 나만 혼자 과한 의미를 부여하며
나르시스스트 같이 생각했던 건 아닌지....
배배 꼬인 맘으로 생각해보면, 상대가 나에게 베풀었던 호의가..... 어쩌면,
주변으로부터 더 많은 인정과 환호를 얻기 위한 마중물이나 불쏘시게 였을지도 모른다는 냉소적인 의구심이 일어나면
그리움이란, 한낱 신기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건, 상대방도 나만큼 그리워한다는 걸 전제로 해야 아름다운 것이다.
세월이 지나 자글자글해진 피부의 주름과 구부정해진 어깨, 늘어난 뱃살까지 아름답게(?) 여겨야 한다는 전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감정도 그렇고, 10년이면 내 몸의 세포하나까지 전체가 다 달라진다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남아 있는 기억이라는 것도
내 환상이나, 나의 편견이나, 내가 낀 색안경으로 인해 어느 정도는 가공이 된 것들이다.
그것조차 저 생을 마감한 매미나 잠자리의 날개처럼 바스러질 듯 아득한 것들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피천득의 인연 처럼
'만나지 않느니만 못하였던' 그런 만남이라면 얼마나 서글플 것인가?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겨 두는게 최선일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슬그머니....... 그리운 얼굴들을 떠 올려 보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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