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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에만 집중한 사람의 한계

- 우리는 한 가지에만 집중한 사람들의 한계를 쉽게 본다. 책만 본 사람들과, 현실에 적응하기만한 사람들의 한계, 우선 책만 본 사람들의 한계는 타인에게 엄격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세상이 쉽다. 왜냐하면 책의 울타리 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까닭에 현실의 폭력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다른 사람들이 나약할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들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 발을 디디면 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당황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나약함을 부정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람이 된다. 모든 일에 불평불만 거리를 찾아내는 사람, 타인의 잘못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 선과 도덕과 정의를 습관적으로 강조하는 사람.

 

 다음으로 현실에 적응하기만 한 사람들의 한계는 자신에게 너무도 너그럽다는 것이다. 이들은 세상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계획과 일정에 따라 정확하게 진행되는 일 따위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음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문제에 봉착 했을 때, 옳고 그름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타협과 조율을 통해서만 상황에 따라 문제를 봉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사람이 된다. 선과 도덕에 대해 하찮게 여기는 사람, 모든 것을 손익으로 판한다는 사람, 심연의 깊은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

 

두 가지가 병행되어야 한다. 책과 삶이, 이상과 현실이.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대학생 때까지는 전자에 치우쳤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후자에 치우쳤다. 

 

-도미노처럼 일들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모든 일에서 문제가 연쇄적으로 터진다. 관계된 사람들에게 습관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반대로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쉽게 짜증을 내고 이것이 다시 원인이 되어 신경 쓸 일들이 더 늘어만 간다. 어느 순간 모든 일을 망쳤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

 

-약을 복용한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걸 장점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약을 복용한 이후 인간으로 사는 데 조금 더 편리해졌다. 욕망이 사라졌다. 수면욕은 강렬해진 반면 먹는 것이나 성, 그 밖의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별히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없어졌다. 감정의 동요가 사라지고 어떤 의지도 자라나지 않았다. 이러다가 이번 생에는 해탈에 이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못살게 굴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일상을 꼬아댔다.

 

- 자신의 주관적 판단과 사회 공동체의 객관적 판단을 구분해서 다루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사회 공동체의 객관적 판단에 종속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이 사회가 규정한 정답과 다를까 봐 전전긍긍한다. 

 

- <티벳 사자의 서>는원래 제목이 아니다. 원래 제목은 '바르도 퇴돌'이다. '바르도'는 둘 사이를 뜻한다. 여기서는 삶과 삶 사이의 중간을 의미한다. 불교의 세계관에 따르면, 한 사람이 죽고 그가 다시 태어날 때까지는 49일 간의 중간 세계를 거쳐야 한다. 이 중간 세계가 바르도다. '퇴돌'은 듣는 것을 통해 벗어남을 뜻한다. 이를 종합하면 '바르도 퇴돌'이란 '죽음 이후에 한 번 듣는 것 만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게 함'을 의미한다.

 

<열한 계단/ 채사장/ 웨일북>에서.....

 

 

지금은 프록스가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