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훌륭한 음악가들로 알고 있는 작곡가들이, 지금과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아마도 그들의 추한 면들로 인해 훌륭한 음악가로 대접받긴 힘들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성추문으로 인해 노벨 문학상까지 거론되던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빼야한다는 논의가 있었으니, 성추문에 휩싸인 베토벤의 음악도 교과서에서 빼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건 아니라고 한다면? 외국인이라서? 이미 죽은 사람이라서? 그럼 죽은 다음에는 용서가 되어 뺐던 작품을 다시 수록할 수 있나? 그런 추문에 대한 시효는 언제까지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한다.
음악을 듣다가 음악가와 곡에 얽힌 책을 고르다 발견한 책인데, 가볍고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아 어려운 클래식 입문서로서는 볼만하다. 음악가별로 초입부에 가상 인터뷰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에 좋은 방법이라 여겨졌다.
무엇보다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 사후에 자신의 이런저런 추문들이 드러나는 걸 극도로 꺼려했다. 그런 베토벤의 일들을 철저하게 감추어준 친구 의사가 진료기록을 폐기하지 않아서 성병 치료를 위해 수은치료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면 베토벤의 이미지는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리고 무급비서 노릇을 했던 안톤 펠릭스 쉰들러는 철저하게 베토벤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 인물이다. 이미지 조작을 위해 베토벤의 기록조차 자신이 만든 이미지와 다르면 폐기처분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후손이 없는 베토벤의 유품들을 팔아 치부도 했다고 한다.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한 사기꾼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베토벤이란 음악의 거성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 부른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바흐 덕후들인 베토벤, 슈만, 멘델스존, 브람스 같은 쟁쟁한 음악가들이 바흐덕후들이었으니 그렇게 불릴만도 했다.
반면에 베토벤과 쇼팽, 리스트등을 비롯한 꽤 많은 음악가들은 이런저런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한 인물들이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정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