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려고 선택 했을 땐 아주 가벼운 책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화단을 가꿀 때 도움이 될만한 실용서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책을 훑어보다가 꽤 전문적인 내용인 것 같아 읽다가 말 것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 장 한 장 넘겨보다보니 빠져들고 보게 되었다. 지금처럼 코로나로 인한 상황에서는 작은 화분 하나 키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격의 열 배는 넘는 즐거움과 생의 환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며.
식물을 가꾸는 마음을 탐구하는 이 책의 저자는 정신과의사이며 심리치료사이다. 30년간 정원 디자이너인 남편을 만나 정원 가꾸기를 하며 식물이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바꾸는지 밝히는 책이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정원의 이로움과 가치에 대해 실증적으로 파헤친 결과 정원은 우리가 짐작한 것보다 훨씬 그 가치가 크다.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을 치유하는 공간으로서의 정원은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 불가결의 장소로 여겨졌다.
'블록마다 나무 열 그루만 더 있어도 추가 소득 1만 달러와 대등한 규모의 정신적 스트레스 감소가 일어난다는 답이 나왔다.' 라는 대목에서 느끼듯......식물학자나 원예가도 아닌 다른 영역에 종사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꽃을 비롯한 식물이 가져다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이로움을 기술한 부분은 다시금 식물둘의 삶에 경의를 표하게 만들었다.
책의 제목 '정원의 쓸모'는 너무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의 위대함', '정원의 경이로움', ..... 등이 더 어울릴법하다.
그리고 이런 상상도 해보았는데,
식물원과 병원과 교도소가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재소자들에게는 새와 곤충처럼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식물을 자신들과 동일시하게 되어 키우며 애착이 생기고, 병원의 환자들은 식물원을 산책하면서 많은 힐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재소자들이 말기 환자를 돕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를 갖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처음 들어볼지도 모르는 '고마워요~'라는 환자의 한 마디만으로도 마음이 단박에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상상까지도.
수도권으로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로 인해 인구가 줄어드는 걱정을 하는 각 지자체에서는 자신들의 지역의 가치를 높이려면 지금부터라도 넓은 빈 공간에 식물원과 병원과 교도소를 만드는 일을 한번쯤 계획 해 보는게 어떨지.
나의 중학 시절 서울에 있는 학교임에도 학과목에 '원예'라는 과목이 있었다. 다른 중학교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그런 과목은 없다는 것이었다. 학교가 워낙 넓어서 커다란 정원이 있던 학교이고 그곳을 관리하던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시간 지도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땐 입시에도 없는 이런 과목을 왜 배우나 다들 심드렁해했었다.
전쟁 중에도 정원을 만들고 가꾸었던 처칠, 그리고 프로이트를 비롯한 많은 의사들이 전쟁 중에 다친 환자들을 치료하며 원예활동의 가치를 증명하는 부분은 아주 소중하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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