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앞을 지나려니 낑낑~ 새학년 책을 한아름 받아들고 가는 아이들이 보인다.
모르는 사이 어느새 일 년이 지났구나.
제대로 공부는 했을까?
전년도 교과서를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또 새학년 책을 받아가는 건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옆의 중고등학교를 지나가는데
고등학생로 보이는 체격이 큰 친구가 조금 작은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더니
"난 잊었버렸는데, 너 뒤끝있구나~" 하는데 순간적으로 지나치며 본 작은 친구의 표정은 기쁜 표정은 아니었다.
둘 사이 어떤 일이 있었던걸까?
'뒤끝있네~'라는 표현은 주로 말많은 사람이 하는 표현으로 여겨진다.
듣는 상대방은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았는데 정작 상처를 준 사람은 말이 많으니,
자신이 상대방에게 상처주었다는 생각은 물론,
어떤 말을 했는지 조차모르니 잊어버렸다고 얼버무리는 거 아닐까?
그러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배구 선수들의 과거 학교 폭력사태와 겹쳐 여러 모습들이 그려졌다.
소수이긴 하지만 가해자를 옹호하는 듯한 '뒤끝있네~' 라는 표현......
이 말은 피해자 심정을 생각해서라도 해서는 안될 말이 아닐까?
"저 사람은 뒤끝은 없어~"라는 말을 호방하고 화끈한 사람을 나타내듯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을 볼 때도 어이가 없다.
자기 속의 온갖 오물을 입으로 다 쏟아내고는, 내 속은 깨끗하니 뒤끝이 없다고 한다면,
그 오물을 뒤집어 쓴 사람은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으라는 말처럼 들려서 말이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목소리만 다시 들어도 예전의 일들이 떠올라 가슴이 벌렁거리는데,
기껏 '뒤끝있다'는 말로 피해자를 조롱하고 옹졸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건 두 번 죽이는 일이 아닌지.
'뒤끝있네~'라는 말은 결국 가해자의 사과없이 잘못된 과거를 들추지 말고 덮어두자는 말과 같은 거 아닐까?
사과는 피해자가 "됐다"고 할 때까지 해야하는 일이다.
그저 마음에도 없는 시늉뿐인 사과는 때로, 2차 가해가 된다.
지금은 계절의 뒤끝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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