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늘의 해가 떴다.
내려다 본 강릉 시내 모습은 다른 도시와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강릉은 오직 바다를 곁들여야 제 멋인 도시이다.
강릉을 오면 바다쪽만을 갔었기 때문에 강릉 시내를 보자고 굳이 강릉시내에 숙박을 한 것이데
오히려 더 오래 바다를 찾게 된 것은 날씨 탓이다.
지난 여름 바닷가가 아니라 오늘 여기 바닷가.
3일째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낸다.
해변에 앉아 파도와 또 다시 밀당을 했다.
하지만 한 번 경험한 바람에 파도에게 두 번 물리지는 않았다.
- 바다에 오자고 한 건 난데, 도데체 바닷가를 떠날줄 모르네. 이런 모습 처음인데~~
안타까운 건 점점 해안의 모래들이 쓸려나가 해변의 폭이 점점 좁아진다는 거였다.
수많은 트럭들이 모래를 실어날랐다고 하는데도 그다지 넓어보이지 않는다.
연료를 주입하지 않아도 쉬지않고 모래를 쓸어가는 파도를 당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 바람에 경사가 급해진 곳들이 곳곳에 눈에 들어왔다.
평창 동계 올림픽 마스코트가 환영하듯 서 있지만, 눈길이 가지 않는다.
이미 떠나버린 열차인 것이다.
반면에 강릉국제 영화제 기념물은 단순하고 산뜻해서 그런지 오래갈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곳, 작은 바위 두 곳에 인공적인 조개 모양의 조형물이 바위와 같은 색깔로 얹혀있는데,
유치한 원색으로 대놓고 큰 인공물임을 보여주는 작품이 더 바람직하게 여겨졌다.
한 남자의 커피 사랑으로 시작된 강릉의 커피 거리엔 해안을 따라 카페가 늘어서 있고,
포구의 어부들은 그물 손질에 바쁘다.
그들의 검고 주름진 얼굴은 방금 돌아선 커피 거리와는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잡혀온 조개와 게, 오징어들은 수족관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도 살아 있음을 보여주려 끊임없이 꼼지락 거리고 있지만
격리해제는 요원한 일이며, 곧 죽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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